경제·금융

고정관념 깨면 성공이 보인다

■ 왜 나는 눈앞의 고릴라를 못 보았을까 (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세종서적 펴냄)<br>두뇌 ‘자동운행모드서수동으로변경’ 사고전환을<br>지나친 스트레스등 ‘4가지 마음의 덫’ 제거해야



엄청난 위력의 태풍이 일본의 한 과수원 마을을 스쳐갔다. 수확을 앞두었던 사과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자 마을 주민들은 아연실색했다. 나이 든 노인들은 자포자기하며 하늘을 원망했다. 하지만 이 마을 젊은 농사꾼들은 달랐다. 마을 회관에 모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머리를 맞댄 젊은이들이 드디어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나무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사과를 ‘초강력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는 선전 문구와 함께 포장해 수험생에게 일반 사과의 10배 가격에 팔자.” 결과는 두말하면 잔소리. 오히려 과거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남겼다. 만약 이 청년들이 노인들처럼 자연 재앙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체념했다면 어땠을까. 성공의 기회는 바람과 함께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초강력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는 감춰진 성공의 기회를 잡아낸 ‘사고 전환’의 막강한 힘을 보여준다. 몇 년전 미국 심리학자 다니엘 시몬스(Daniel Simons)와 크리스토퍼 샤브리스(Christopher Chabris)는 사람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눈뜬 장님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한편의 동영상을 보았다. 동영상에는 흰색과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6명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들은 동영상을 보기 직전에 흰색 옷을 입을 사람들이 서로에게 몇 번 패스했는지 세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이 실험의 목적은 패스의 숫자가 아니었다. 동영상 중간에는 고릴라 옷을 입을 사람이 등장했다. 이 고릴라는 천천히 걸어 들어와 농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다가 카메라를 향해 가슴을 쾅쾅 치고는 나갔다. 시몬스와 샤브리스는 동영상이 끝나자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영상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보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고릴라를 보았다는 사람은 10%도 넘지 않았다. 눈 앞의 일을 두 눈으로 보고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바보 같은 일은 실험실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때 전문 마술사로 활동했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은 심리적 맹점을 다룬 유명한 고릴라 실험을 화두로 꺼내 들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나간다. 사람들은 왜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성공 기회를 붙잡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심리 ▦고정관념 ▦지나친 스트레스 ▦익숙한 것은 무시해 버리는 태도 등 4가지 마음의 덫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친절하게도 저자는 눈앞에 어슬렁거리는 고릴라는 놓치지 않고 ‘확’ 움켜쥐는 사냥법까지 일러준다. 보고 싶은 것의 수를 머리 속에서 늘리는 연습을 하라는 게 저자의 첫번째 충고다. ‘목 마른 자에게만 물이 보인다’는 말이 대변해 주듯이 사람 두뇌는 찾고자 하는 것만 보려 하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선입견과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환경이나 과거의 경험 또는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비로소 고릴라가 눈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가끔은 사는 방식도 바꿔야 고릴라가 잡힌다. 와이즈먼은 두뇌를 자동운행 모드에서 수동 모드로 바꾸라고 권한다. 세상 일이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질 때 인간의 두뇌는 자동 운행 모드로 되돌아 가고 생각하기를 멈추기 때문이다.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면? “고릴라를 잡기 위해 노력한 당신, 즐겁게 놀아라.” 와이즈먼이 제시하는 마지막 비밀 병기는 여유다. 지나치게 심각해질 때 인간은 오히려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여유를 가질 때 고릴라는 킹콩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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