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서경 스타즈IR] STX, "계열사 합치고 팔고… 성장·자금확보 두 토끼 잡아"

메탈·중공업 하나로 묶어 EPC 플랜트 극대화<br>에너지 유럽 자회사 지분 팔아 1조3000억 충당


STX의 자회사인 STX중공업이 지난 2010년 수주에 성공한 이라크 디젤발전플랜트가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STX중공업과 STX메탈이 최근 합병을 결정하면서 STX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STX


지난달 24일 STX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두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하나는 일본의 종합금융그룹인 오릭스를 비상장 계열사인 STX에너지의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열사인 STX메탈이 STX중공업을 흡수합병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룹을 끊임없이 괴롭히던 유동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한편 경영 효율성과 계열사 시너지를 확대시켜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해운업계 불황과 유동성 리스크로 힘든 시간을 보내왔던 STX가 계열사 합병과 지분매각으로 성장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토끼 잡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선박 수주 증가와 벌크선 운임 개선으로 주력 계열사인 STX팬오션과 STX조선해양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STX그룹의 성장 모멘텀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STX가 보인 변화 의지의 중심에는 계열사 간 합병이 있다. 최근 이뤄진 STX메탈과 STX중공업 간 합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관련해 STX메탈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어 STX중공업을 1:0.34의 비율로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합병 기일은 내년 1월1일로 합병 기업의 사명은 STX중공업으로 결정됐다.

STX그룹은 엔진 부품 및 기자재 생산에 일가견이 있는 STX메탈과 플랜트ㆍ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보유한 STX중공업을 합병해 글로벌 종합 중공업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새로 출범하게 될 STX중공업은 플랜트 사업 부문에 내부 역량을 집중하고 중동ㆍ중남미ㆍ아프리카로 공격적인 수주를 전개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라며 "양사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EPC(플랜트의 설계ㆍ구매ㆍ건설 등 총 과정을 책임지는 것) 플랜트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플랜트 부문 토털솔루션 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병된 STX중공업의 가치가 높아지면 STX그룹의 재무 건전성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STX중공업은 이라크 디젤발전플랜트, 사우디아라비아 철강플랜트, 칠레 환경플랜트 등 글로벌 각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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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STX메탈과 STX중공업이 합병되면 생산 인프라 공유와 사업 고도화를 통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합병 이후 잉여 지분 매각을 통해 자본 유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STX는 이를 위해 계열사인 STX에너지 지분 중 일부를 일본 기업인 오릭스에 매각해 약 4,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STX유럽의 자회사 STX OSV의 지분 작업이 완료되면 약 9,000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며 총 1조3,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STX OSV의 지분 매각 협상은 현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STX의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 움직임에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자금 조달 통로에도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최근 계열사들이 해외 수주를 늘리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STX조선해양은 최근 북아프리카선사로부터 4,762억원 규모의 부유식원유저장설비(FSO)를 수주했다. 이 FSO는 길이 324m, 너비 51m 규모로 15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이로써 STX는 올해 총 89척, 54억달러 규모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STX팬오션도 올해 4ㆍ4분기부터 세계적인 제지회사 피브리아와의 장기 용선계약을 통한 매출이 발생할 예정이고 벌크선 운임지수(BDI)도 상승하고 있어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벌크선은 4ㆍ4분기가 성수기인 데다 최근 수요 증가로 BDI도 상승 추세에 있다"며 "벌크선 매출 비중이 높은 STX팬오션의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STX그룹이 다양한 방안을 통해 실적 개선과 재무구조 개선에 공을 들이는 만큼 그룹 리스크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강동신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STX그룹은 현재 산업은행과 재무 개선 약정을 맺고 계열사 합병과 지분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실적 개선만 뒷받침된다면 유동성 리스크는 완화되고 STX그룹의 펀더멘털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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