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카드정보 유출 대책 논란] 고객은 과잉 반응 … 정부는 냄비정책 … 흔들리는 금융산업

■ 시장 짓누르는 과도한 쏠림

금융당국이 TM영업을 제한하기 시작한 2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보험회사 영업창구가 텅 비어 있다. /권욱기자

과도한 쏠림현상이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사태에서 보듯 불안감에서 시작한 고객들의 연쇄반응이 대규모 카드 해지사태를 불러오고 민심에 놀란 정부는 과잉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경우 근거도 빈약한 규제를 앞뒤 재지 않고 적용하고 있어 금융업계의 불만이 거세다. 이대로라면 금융산업 자체 기반이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고객, 무조건 해지하고 보자=전문가들은 카드사 정보유출과 관련해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수준이면 큰 무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부정 사용을 위해서는 비밀번호와 CVC번호가 필요한데 해당 내용은 이번에 나가지 않았다.

당초 롯데카드와 NH카드는 카드 유효기간이 유출돼 카드 번호와 유효기간만 알면 결제가 가능한 일부 사이트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지만 당국은 이 경우도 개인확인을 거치도록 방화벽을 쌓았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개인적으로도 카드 정보가 유출됐지만 비밀번호를 바꾼 일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며 "혹시라도 부정 사용이 되면 카드사가 전액 보상해주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현재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NH카드를 해지하거나 재발급·탈회한 건수는 무려 538만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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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이 나온 22일 이후 조금씩 수그러드는 분위기지만 실제 상황에 비해 고객들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분석이 많다. 카드사가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했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문제 있는 금융사는 도태되는 게 맞지만 지금은 한순간에 고객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5,000만원 이하 예금자들이 돈을 찾기 위해 저축은행에 몰린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계열 저축은행들이 '뱅크런'으로 문을 닫게 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금융당국이 고객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건전성이 좋지 않은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가 되레 예금인출사태를 불러온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같은 쏠림현상에 카드사들은 생존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카드사가 신규회원 한 명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0만원선이다. 카드 한 장을 재발급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원가량이다. 정보유출로 해당 금융사의 신뢰도가 깎이고 명성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도한 고객반응에 불필요한 비용이 더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위험 아예 제거하려는 당국=박근혜 대통령이 카드 정보유출 사태를 문제 삼는 상황까지 오자 금융당국이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위험은 적정 수준에서 관리해야 하는데 당국 정책은 위험을 아예 제거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행기 사고가 두렵다고 비행기 타는 것을 금지하는 꼴이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사의 전화·문자·e메일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영업과 마케팅을 오는 3월까지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인 근거조차 없다.

관련 법상 포괄적인 관리·감독권한이 있지만 직접적인 근거도 없이 금융사들의 숨통을 죄는 셈이다. 보험사와 카드슈랑스 영업을 하는 카드사들은 영업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대출광고 규제 같은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규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당국에서 흘러나온다. 당국은 카드사의 신용정보 보호 서비스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법정 최고 수준의 제재도 뒷말이 많다. 해당 카드사들은 엄정하게 다뤄야 하지만 과거 농협 전산망 마비 같은 비슷한 사례에 비춰봤을 때 급작스럽게 제재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이 때문에 당국이 자신에 쏠리는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금융사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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