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업종의 노사가 산별 교섭에 합의한 것은 우리나라 노사협상도 선진국 형태로 바뀌어 가는 것을 뜻한다. 산별 교섭이 도입되는 것은 80년 이후 처음으로 다른 업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산별 교섭은 각 단위사업장별 교섭과 달리 해당업종을 총괄해 협상,일괄타결 아니면 일제파업을 뜻한다는 점에서 금속업종의 산별 교섭 합의가 앞으로 노사협상의 틀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산별 교섭은 노사대표가 해당업종의 교섭권, 교섭체결권 등을 위임 받아 임금인상 등 공동관심사에 대해 일괄 협상하는 것을 뜻한다. 교섭권을 위임한 각 단위사업장은 산별 교섭에서 합의된 내용을 공동으로 따르게 되지만 교섭이 결렬될 경우 파업도 일제히 하게 된다는 점에서 노조분규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협상에 나서는 노사대표의 책임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본의 경우 춘투(春鬪) 때가 되면 각 산별 마다 노사교섭 대표들은 호텔 등의 방을 3개 얻어 협상에 나선다. 방 3개 중 가운데 방은 회의실로, 양쪽 방은 노사가 하나씩 차지하고 전략실로 활용한다. 노사대표는 이곳에 머무르며 합의를 도출할 때까지 교섭을 계속한다. 결렬은 바로 전국적인 파업으로 연결된다는 자각에서 노사 대표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끈기를 발휘하게 된다.
산별 교섭은 복수노조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각 단위사업장 마다 노사협상으로 소비하는 에너지 등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에 반해 각 단위사업장 마다 경영상태가 다른데 합의사항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 문제가 있고 노조의 힘이 커지게 된다는 점에서 경영계는 “산별 교섭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새 정부가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선 더욱 그러했다.
이번에 금속업종 사측이 산별 교섭을 받아들인 것은 지금까지 각 단위사업장별 교섭에 금속노조가 개입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노조측이 금속노조를 앞세우는 상황에서 사측도 단결해 대항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총파업의 위험성을 감수해야 할 만큼 기업주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상황에서 산별 교섭의 전망은 밝다고 만 할 수 없다.
산별 교섭의 앞날은 노사대표의 책임감과 각 단위사업장이 산별 교섭 내용을 얼마나 수용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교섭권을 위임하고도 합의사항을 수용하지 않고 별도로 이중교섭을 한다면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노조측도 이를 교섭의 효율성을 위해 활용해야지 세를 불리는데 이용한다면 산별 교섭은 정착할 수 없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되는 금속업종의 산별 교섭이 선진 협상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5월6일부터 시작되는 협상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온종훈기자 ohnj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