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대담=남문현 사회부장 moonhn@sed.co.kr<br>"인천~개성 벨트 구축해야 물류허브될것"<br>성장전략산업 물류 선진화하면 금융·교육허브도 가능<br>확장공사 효과 커지는 2010년이후 인천공항 민영화를


“DHL이 인천국제공항에 최근 대륙 간 허브터미널을 착공했는데 한 기업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천공항이 진정한 동북아 허브공항이 되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물류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인천공항과 송도 경제자유구역, 인천항, 개성공단을 연결하는 물류벨트를 적극 구축해야 합니다.” 이재희(60ㆍ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영종도 공사 사장실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천공항이 동북아 거점공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참여정부의 물류 로드맵 수립 멤버이기도 한 이 사장은 특히 “참여정부가 물류 로드맵을 만들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물류산업 육성을 위한 여러 사업들이 부동산 위주의 개발로 흘러가거나 실적을 보여주기 위한 사업으로 전락한 데 따른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지난 2005년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에서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세계 최초로 국제공항협회(ACI)가 선정하는 ‘서비스 1등 공항’ 3연패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사장은 “내년부터 3년간 인천공항의 항공기 착륙료와 시설사용료 등을 대폭 내리고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이 별도의 통로에서 출입국 수속을 신속히 받는 패스트 트랙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의 민영화 여부에 대해서는 “민영화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며 2단계 확장공사의 효과가 활성화되는 오는 2010년 이후 추진해 제값을 받아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운송기업인 DHL이 인천국제공항에 대륙 간 허브터미널을 최근 착공했습니다. ▦그동안 DHL이 투자한 금액이 1억달러에 달합니다. DHL과 UPSㆍ페덱스가 경쟁관계인데 다른 업체들도 인천공항에 둥지를 틀도록 해야 합니다. UPS가 유럽행 직항노선을 늘리고 페덱스가 올봄 운항편수를 늘린 것도 DHL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차원입니다. 우리나라가 실질적 의미에서 국제적 물류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 합니다. 이는 송도부터 출발해 경제자유구역을 돌아 인천항과 개성공단을 연결하는 물류벨트 전체가 건강하고 두텁게 살아나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야 대중국 물류에 대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DHL에 앞서 셴커ㆍ아틀라스에어 등도 인천공항에 들어왔는데 이것이 완성이 아니며 자만할 일도 아닙니다. 현재 공항물류단지 입주를 접촉 중인 업체가 다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고 다만 현재 투자의사를 밝힌 업체가 입주할 경우 자유무역지역의 입주율은 80%에 달하게 됩니다. -DHL의 터미널 건립이 인천공항 허브화에 큰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크게 봐서 실질적 의미에서 허브가 돼야 합니다. 허브가 된다는 것은 한 기업이 오고 가는데 일희일비하는 게 아니고 송도부터 출발해 경제자유구역을 돌아 인천항과 개성공단을 연결하는 물류벨트 전체가 건강하고 두텁게 살아나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야 대중국 물류에 대한 우위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지역만이 중국의 경쟁력에 맞설 수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DHL에 앞서 쉥커ㆍ아틀라스에어 등도 인천공항에 들어왔는데 이것이 완성이 아니며 자만할 일도 아닙니다. 해야 할 일 중 하나이고 매듭을 풀었으니 앞으로 상당히 쉬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공항물류단지 입주를 접촉 중인 업체가 다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며 다만 현재 투자의사를 밝힌 업체가 입주할 경우 자유무역지역의 입주율은 80%에 달하게 됩니다. -물류벨트 형성을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 물류 로드맵을 만들면서 물류에 접근했던 초심을 지금 많이 잃은 것 같습니다. 다음 정부가 누가 되든 관계 없이 물류가 앞으로 성장전략산업으로 우선순위가 있는지 다시 물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물류가 한 시대를 살릴 수 있는 성장전략에 있어 우선순위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초심으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물류산업과 관련해 곳곳에서 외자유치가 전략적인 것이 아닌 보이기 위한 형태로 이뤄지고 부동산 위주의 개발 등 물류와는 실질적으로 관계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물류나 관광 등과 관련해 많은 일을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성사된 것은 별로 없습니다. 투자자에게 섣불리 접근하고 제대로 되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오히려 진짜로 투자를 유치해야 할 사람들이 대단히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초심을 갖자는 것입니다. -물류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상당합니다. ▦싱가포르는 물류의 부가가치가 200억달러, 네덜란드는 400억달러에 달합니다. 자동차가 우리의 3대 수출산업인데 자동차를 1년간 팔아서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150억달러가 안 됩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물류가 선진화되지 않고 관광허브나 교육ㆍ금융허브가 구축된 사례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천에 의료허브를 추진 중인데 싱가포르는 해외에서 웰빙 수술을 받기 위해 연간 100만명이 찾아옵니다.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의료단가가 4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의료기술은 세계적입니다. 일등석을 타고 와서 수술받고 며칠 잘 놀다 가더라도 자기네 나라에서 수술하는 것보다 돈이 적게 듭니다. 허브화라는 것이 그런 개념입니다. 사람이든 정보나 의료든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많이 시도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인천공항의 서비스 및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추진 중인 대책이 있습니까. ▦2006년도 국제공항협회 서비스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했고 올해 2ㆍ4분기까지 평가 결과도 1위를 달리고 있어 세계 최초로 3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익구조를 확보해 매출이 1조원, 세후이익이 2,000억원대를 넘어서는 등 공기업으로서 궤도에 오른 만큼 이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입니다. 1차로 항공사와 물류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 3년간 항공기 착륙료를 10% 인하하고 물류창고료, 토지ㆍ건물사용료도 내려 수천억원대의 비용을 줄여주기로 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풀어나가고 있으니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입국장 면세점 설치도 다른 각도에서 협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관련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전향적으로 풀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을 위한 패스트 트랙을 만드는 작업도 별도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올해 안에 관계부처에서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69개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는데 다각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2010년까지 취항 항공사를 80여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민영화 및 상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까. ▦장기적으로 봐서는 민영화를 해야 하지만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공항이 기간산업이고 인천공항이 중국ㆍ일본ㆍ홍콩의 공항과 경쟁해 동북아 거점공항, 세계 최고 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민간에 맡기는 것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또 공항이 대체적으로 정부 주도형으로 운영돼 민영화하거나 합작을 했을 때 민영화의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민영화를 하더라도 제값을 받고 해야 합니다. 현재 속도로 보면 2010년에서 2015년 정도가 인천공항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입니다. 인천공항의 브랜드가 많이 향상됐고 이익도 탄탄한 가운데 내년에 마무리 될 2단계 확장공사의 효과가 활성화되는 2010년 이후 민영화하면 지금보다 인천공항의 가치가 3배는 더 올라갈 것입니다. 그때쯤 민영화를 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다국적기업 CEO로 오랫동안 재직하다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다른 점이 있습니까. ▦인천공항 사장으로 취임한 뒤 벤치마킹을 위해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했는데 그 쪽에서 거부했습니다. 그후 인천공항이 서비스 1등 공항이 되자 지난해 싱가포르 신임 공항장이 될 사람이 찾아와 인천공항과 MOU를 체결하자고 요청했는데 이번에는 우리 쪽에서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인천공항의 위상은 이제 세계 최고가 됐습니다. TNT익스프레스의 아시아 지역 사장으로 있을 때 DHLㆍUPS 사장 등 세계적 전문가들과 아시아 물류시장을 놓고 피를 말리는 경쟁을 생활화했습니다. 벌써 사장 26년차로 우리나라에서 사장을 가장 오래 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1970~1980년대 사장을 할 때는 1등과 승리를 강조했고 그 다음에는 삶의 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인천공항에서는 ‘꿈이 있는 경영’을 말합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아이디어는 꿈에서 나옵니다. -업무 외에 관심을 두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한번도 휴가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고 일 외에는 생각한 것이 없습니다. 골프도 안 치고 술도 안 마시고 여행도 안 다니고, 집사람도 그렇게 사는 데 익숙하니까 오히려 어디 가자고 하면 귀찮아 합니다. 지금은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을 안 하면 무엇을 할지가 고민입니다. ◇약력 ▦1947년 부산 ▦부산고, 부산대 상과대 졸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컨설턴트 ▦하얏트리젠시 서울 관리ㆍ상무이사 ▦TNT익스프레스월드와이드 한국지사장, 북아시아 지역 사장 ▦유니레버코리아 대표이사 회장 ▦대통령 자문 물류중심위원회 위원장, 물류정책추진기획단 단장 '패션아일랜드' 내년 착공 뉴욕·파리잇는 패션메카로
복합위락단지 '판타지월드'도 2020년까지 조성
인천국제공항은 인천시와 함께 400만평의 공항 주변지역을 '에어시티(공항복합도시)'로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에어시티는 ▦패션아일랜드 ▦판타지월드 ▦워터파크 ▦에코파크 ▦메디컬허브 ▦오션랜드마크 등 6개의 테마 클러스터로 구성된다. 각 테마 클러스터는 단계적으로 완공돼 오는 2020년께 전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그중에서 특히 패션아일랜드와 판타지월드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패션아일랜드는 여객터미널과 인접한 국제업무지역 확장부지를 중심으로 총 1조원의 사업비를 투입, 아시아 패션 메카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인천공항은 지난해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패션협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14년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패션아일랜드를 서울과 뉴욕ㆍ파리를 연결하는 실시간 패션 메카로 만들 계획"이라며 "패션 아카데미와 전시회 등을 유치하고 우리의 전통 한복도 세계에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패션아일랜드가 완성되면 연간 1조5,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5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판타지월드는 내년에 사업자를 유치,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수준의 복합위락단지로 2020년까지 조성된다. 이 사장은 "인천은 라스베이거스에 없는 해변과 마카오에 없는 광활한 터전 및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들과 차별화한 위락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이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연간 1,000만명의 해외 관광객이 추가로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마카오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 한 해 2,400만명에 달하는데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600만명에 불과하다"며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이 작심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해 관광객 1,000만명을 못 들여온다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에어시티 개발이 2,000억원을 들여 유비쿼터스 공항으로 재단장할 인천공항에 문화적 측면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즉 휴대폰이나 무선 인터넷으로 탑승수속을 하고 전자여권과 생체정보를 이용해 자동 출입국 심사를 받는 등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이 집약된 공항을 만든다는 것. 동시에 문화적인 부문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이어령 교수 등 문화예술 분야 석학 십여명으로 자문기구를 구성해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의논하고 있다"며 "공항 입구에 조형물과 대규모 꽃밭을 만들고 미술품 전시와 박물관 건립, 전통문화 상시공연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재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