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015] 1부. 금융산업 판을 새로 짜라 <3> 보험, 생존과 도태의 기로

3년새 순익 반토막·판매채널 격변… 뉴노멀 맞는 전략 세워야

저성장·저금리 고착화로 운용이익률 4%대인데 GA 설계사 50%로 급성장

과거 수수료 싸움 벗어나 경영 패러다임 대전환

본업 보험평가 부문 강화… 해외시장 적극 진출 필요



'한때의 겨울이 아닌 빙하기의 연속이다.'

저성장·저금리에 앞길이 가로막힌 보험산업을 향해 나오는 평가다. 어느 금융 섹터보다 금리 면역력이 약한 보험산업은 저금리 파도가 몰아치면서 장기 표류하고 있다.


보험산업의 미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일시적 위기가 아닌 뉴노멀(새로운 질서)로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강호 보험연구원장은 "지금의 위기는 고속성장 때 겪었던 일시적 경기하강과는 질적으로 달라 과거 패러다임에 기초한 경영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저성장 국면을 사라지지 않을 뉴노멀로 보고 그에 맞는 성장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산업이 과거처럼 6~7% 고속성장하는 시대는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며 "보험의 본업인 위험평가에서의 핵심역량을 키워야 해외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힘들어진다=보험산업을 해석할 때는 긴 호흡의 관점이 필요하다. 1~2년 단기 성과로 산업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속도다. 실적악화가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조5,509억원에 달했던 보험산업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조5,851억원으로 급감했다. 생명보험 업계의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나기까지 불과 3년이 걸렸고 손해보험은 그보다 짧은 2년이다.

앞날은 더욱 어둡다. 보험사 수익구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기준금리는 오랜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공산이 크다. 이미 자산운용이익률은 무릎을 거쳐 바닥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2010년 5.9%에 달했던 생보사들의 운영자산이익률은 9월 말 현재 4.5%까지 떨어졌다.

순이익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은 자본감축이 유일하다. 지점 통폐합,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많은 보험사가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돌입했다. 올해 구조조정에 나선 생보사만 해도 삼성·한화·교보·ING·미래·우리아비바·에이스생명 등 총 7개사다. 한화생명이 두 번의 구조조정을 통해 줄인 인력은 전체(4,738명)의 5분의1인 1,000여명에 달한다. 인력감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절감의 가장 손쉬운 대안이 구조조정이기 때문이다.


자본확충 이슈도 골칫거리다. 특히 지급여력비율(RBC)이 금융 당국 권고치에 턱걸이하면서 자본확충이 불가피해진 중소형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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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산업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증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라며 "문제는 증자를 하더라도 영업환경 자체가 어려워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판매채널 격변의 핵, GA=영업환경 못지않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곳이 채널시장이다. 법인대리점(GA) 시장의 급성장은 그중에서도 태풍의 핵이다.

9월 말 현재 GA 설계사는 17만9,000명으로 전체(39만6,988명)의 45.1%를 차지했다. GA 설계사 비중은 2012년 이후 빠르게 늘어 2012년 말 39.7%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에는 42.0%까지 증가했다. GA 설계사 증가 현상은 신규가 아닌 전속설계사 이탈에 따른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올해 말께 50% 도달이 예상된다. 설계사 2명 중 1명은 GA 소속인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비제도권으로 치부됐던 GA의 급성장은 보험사들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 채널시장의 판도를 확 바꿔버리면서 기득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있는 다이렉트 시장은 출범 두 돌을 맞았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1%에 불과할 정도로 성과가 미미하다.

결국 국경을 넘어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내 보험사들의 총매출 중 해외비중은 고작 2% 남짓이다. 간간이 해외투자 소식이 들려오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산운용을 위한 것이지 신시장 개척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정부규제는 역행하고 있다. 최근 설익은 상태로 제시돼 사회적 비용만 불러온 지배구조 모범안이 대표적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범안을 엄격히 적용하면 금융사 근무경력이 없는 사람은 최고경영자(CEO) 후보조차 될 수 없다"며 "금융의 삼성전자를 탄생시키려면 삼성전자 출신 CEO도 영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뉴노멀이 필요하다=고착화하고 있는 저금리 기조, 격변하는 영업환경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고령화, 연금시장이 보험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지는 오래됐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미래를 대비하는 시각이 아직 과거 버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보험산업은 건강·연금 분야 쪽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설계사 조직을 앞세운 수수료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등 보험산업을 옥죄는 두 걸림돌은 단발이슈가 아닌 수십년, 혹은 100년 미래를 좌우할 장기이슈다. 단기대응이 아닌 장기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영방식의 구조적 변화는 당연하고 비용관리 효율화, 기업가치 제고 등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2금융에 불과한 교보생명이 1금융이자 대형 은행인 우리은행 인수를 꿈꾸는 시대다. 여기에는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함이 진하게 묻어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유망사업이 새롭게 부상한다 해도 단기간에 레드오션으로 퇴색되고 만다. 핵심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힘들게 켠 성장 불씨가 쉽게 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 원장은 "국내시장이 포화라면 해외진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며 "다만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에 나가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해외진출 전략은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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