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14일 재벌 총수의 4대 폐해를 직접 꼽고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문제를 가장 먼저 풀어야 한다"며 대기업집단에 계열분리 명령제의 단계적 도입 등 재벌개혁 7대 정책을 제시했다. 재벌개혁 최후의 칼로 불리는 계열분리 명령제는 우선 삼성생명 등 대형 금융회사에 적용된다.
안 후보는 이날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민주화의 과제와 재벌개혁 정책'을 발표하고 ▦편법적 부의 대물림 ▦소수 지분으로 경영 전횡 ▦금융계열사를 통한 계열사 지배 ▦사법적 통제의 사실상 무력화 등을 재벌 총수의 4대 폐해로 규정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가장 강하고 많이 가진 이들이 가장 불공정한 일을 벌이고 있다"며 "이곳을 먼저 뚫어야 경제민주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를 위해 재벌소속 계열사의 지분 등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계열분리 명령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안 후보 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체제적으로 중요한 대형 금융회사에 대해 1차로 도입하고 일반적 계열분리 명령제는 재벌개혁의 성과를 봐가며 2단계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 집권시 은행계 최대 금융회사인 KB금융과 비은행계 최대인 삼성생명 등은 자본확충 등 건전성 규제 강화와 함께 계열분리 명령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 후보는 또 총수의 독단적 경영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며 주주대표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주회사 요건도 강화해 부채비율은 현행 200%에서 100%가 되고 보유해야 할 자회사 최저 지분율은 10%포인트 확대된다. 안 후보는 재벌의 순환출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처럼 신규만 금지하고 기존 출자분은 상황을 보고 규제하기로 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부활하기로 한 출자총액제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며 안 후보가 당초 구상한 기업집단법 제정도 다른 법률과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재벌 소속 금융계열사에는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재벌의 변칙 상속 및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안 후보는 과세를 강화하고 부당이득은 적극 환수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재벌 계열사는 진입 제한도 받게 된다. 또 일정 금액 이상 기업인의 횡령 및 배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 집행유예를 받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는 "총수가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벌금만 내고 면죄부를 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이날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와 민생 정책의 빠른 실행을 위해 대선 후보 3자회동을 재차 촉구했으며 이번주 잇따라 금융개혁, 부동산대책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