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民官연계 R&D사업 늘리자

지원자금 배분 잘돼 높은 성과… 원천기술 개발등에도 도입을

부품소재산업은 제조업의 핵심 근간으로 생산, 고용, 수출 비중이 전체 제조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부품소재산업이 취약하면 산업 발전은 기대할 수 없고 경제 전체가 실속 없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기술 개발 지원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정부 기술 개발사업 중 시장경제논리를 도입한 민관 매칭 투자연계형 기술 개발사업이 시행된 지 올해로 8년이 됐고 참으로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428개 부품소재기업이 민관 매칭으로 1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는 외형적 성과뿐만 아니라 부품소재기업들이 진정 시장에서 생존해갈 수 있는 조건과 인프라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민간 투자를 전제로 하는 기술 개발사업의 목적은 기술 개발과 사업화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는 데 있다. 민간 투자나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자금은 모두 보다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되기를 원하지만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후적 관리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자금은 소중하게 다뤄지기 어렵다. 반면 민간의 투자금은 아주 적극적으로 관리되고 성공률이 높다. 정부는 적극적인 R&D 지원과 치밀한 사후 관리를 통한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를 통해 지난 2000년부터 이 사업을 실시했다. 사업 시행 초기에는 기업쪽에서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기술 개발 능력만 보면 되지 민간 투자를 전제로 하라니 여간 어려운 과정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다음의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선 정책적 측면에서 정부 R&D 지원사업의 사업화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2000년부터 지원한 428개 부품소재기업 가운데 69개사가 코스피나 코스닥시장에 상장 됐다. 투자기관과 시장이 철저히 외면하던 부품소재기업에 8년간 6,000억여원 순수 민간 자본 투자가 쏟아져들어오고 그 기업의 대부분이 자본시장에서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끔 성장했다. 금융정책도 해결하지 못하는 중소 부품소재 분야에 대한 효율적 자금 배분이 산업정책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 R&D 지원금이 성공과 실패를 떠나 끝까지 철저하게 관리되는 데 기인한다. 민간의 투자금과 함께 관리되기 때문이다. 부품소재기업 측면에서는 기업경영의 투명화ㆍ국제화 계기를 마련한 사업이다. 외부 투자를 받는 순간부터 기업은 체계적인 기술 개발과 경영 목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요처로부터는 기술 개발 능력과 경영 능력을 동시에 인정받게 됨으로써 빠른 기업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우리 부품소재산업의 이러한 기업 문화적 변화는 이 사업의 계량화할 수 없는 가장 큰 성취일 것이다. 민간 투자기관 측면에서는 기술성 위주의 선진 투자 풍토가 확립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사업이다. 지난 수십년간 민간 투자는 유행에 따른 테마 투자가 주류를 이뤄왔다. 민관 매칭 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투자된 부품소재기업의 경영 성과는 매우 뛰어나다. 이 사업을 통해 지원된 부품소재기업의 2006년 매출액 증가율은 16.8%로 일반 제조 중소기업의 5.9%에 비해 월등히 높다. 총자산 증가율도 마찬가지다. 올해 기준으로 정부는 총 4조9,688억원의 예산을 연구개발에 투입한다. 이 중 민관 매칭 형태로 지원되는 규모는 전체의 1.5%에 불과한 700억원 수준이다. 정부는 향후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원천기술 개발, 중장기 전략기술 확보, 인력 양성, 연구개발 기반 구축 등 여러 분야에 민관 매칭 방식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 투자연계형 기술 개발사업을 더욱 확대했으면 한다. 단기간에 산업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민관 매칭 방식의 투자 연계형 기술 개발사업이 그 성과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기술 개발사업이 민관 매칭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에 소극적인 것은 아쉬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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