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어디까지가 성희롱...] 기업마다 대책 비상

『도대체 성희롱의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합니다』, 『입조심 눈조심 손조심하는 수밖에요』직장내 성희롱을 처벌할 수 있는 남녀차별개선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직원교육 프로그램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 남성직원들 사이에서는 「무조건 몸조심」이라는 자조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직장인들은 성희롱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너무 피해자 중심이어서 오히려 또다른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개정법은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성적인 행위나 성관계를 요구하지 않고 단순히 성적 불쾌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성희롱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대해 회사가 사전예방교육을 하지 않았거나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을 경우 회사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했다. 결국 가해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피해자의 주관만으로도 성희롱 요건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각 기업들은 성희롱 예방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지난달 법안이 상정되자마자 사내에 성희롱대책반을 마련하고 성희롱 사례가 적발될 경우 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전자 역시 지난 4일 여성학자를 특별 초빙, 과장급 이상 30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예방 강연회를 가졌다. 이밖에 ㈜대우·데이콤 등도 인사팀에 성희롱예방 전담반을 두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같은 부산한 움직임속에서도 어디까지가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 ㈜대우무역부분 인재개발팀의 유석종(柳錫鍾)과장은 『급하게 준비는 하고 있지만 성희롱이 개인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인데다 법자체가 지나치게 주관적인 내용까지 규정하고 있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예컨대 어느 여직원이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못보던 옷을 입고 나왔을 경우 통상적으로 하는 말인 『섹시한데』, 『참 예쁜데』라는 말이 종전처럼 악의없는 농담섞인 칭찬에 해당할 수도, 성희롱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직장인들은 정부의 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이며 일부에서는 남성들의 「못된 버릇」을 뿌리뽑겠다고 단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 회사 여직원회는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사내 여직원들로부터 성희롱 사례를 모아 이를 사보에 실어 공개할 계획이다. 또 여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일삼는 남자직원의 명단을 작성, 이를 여직원들에게 돌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회사와 여직원들의 이같은 강공분위기에 남성 직장인들은 난처한 표정들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그룹의 한 직원은 『이쪽에서는 전혀 그런 의도없이 행동했는데도 여직원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성희롱이 될수도 안될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러니 말도 눈길도, 손놀림도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않느냐』고 떨떠름하게 말했다. 심지어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아예 여직원들에게 업무때문에 필요한 일 말고는 아예 말조차 걸지 않는게 상책이라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직장인들은 정부의 이번 법 개정이 사내 성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 인식 없이 현상만을 규제하려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의 명일동지점의 한섭(韓燮)씨는 『직장내 성희롱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남성우월주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녀차별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하는 기업문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 현대해상 인력개발과 관계자는 『동료관계가 너무 공식적이고 딱딱하게돼 오히려 조직의 화합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두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