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반도 상공 지나는 인공위성 감시하라

우주도 우리의 영토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지금 한반도 상공에는 500여개의 타국 인공위성이 지나가고 있다. 이들 인공위성은 우리의 군사동향을 탐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리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과 충돌,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인공위성 감시체계가 거의 없는 상태다. 한반도 상공의 우주도 우리의 영토다. 이에 따라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타국의 인공위성이 얼마나 되며, 이에 대한 궤도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수천 개 인공위성 각종 정보 수집]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개의 인공위성들이 지구 궤도를 돌며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 인공위성 중에는 통신·방송·기상·과학탐사 등 실생활과 관련된 위성도 있지만 군사동향을 감시하는 군사위성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저궤도 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 2호(아리랑 2호)의 경우 군사용 위성이 아니지만 최상의 경우 지상의 차종까지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 선진국이 보유한 군사위성은 이 보다 훨씬 세밀한 영상을 촬영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지상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을 촬영할 경우 신문의 헤드라인을 판독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추측도 있다. 현재 한반도 상공을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약 500여개. 이중 한반도를 촬영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인공위성만도 400여개로 추정된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 물체가 약 6,000여개에 달하고, 이중 약 3,000여개가 인공위성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약 6분의 1의 인공위성들이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한반도 상공을 돌고 있는 타국의 인공위성을 왜 감시해야 할까. 우선 군사적 측면이다.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하다. 군사 이동의 경우 인공위성이 지나간 이후의 시간대를 이용하고, 군사 시설물 역시 차폐막 등을 이용해 인공위성의 감시로부터 벗어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인공위성 감시를 넘어 아예 파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하늘을 통과하는 적국 군사위성을 떨어뜨리는 것. 최근 우주개발에 적극적인 중국 역시 미사일을 이용한 인공위성 파괴 실험에 성공했다. 군사적 측면과 함께 우리나라 인공위성에 대한 보호차원에서도 감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아리랑 1호, 2호를 비롯해 과학기술탐사위성과 통신위성 등 다수의 인공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인공위성에 타국 인공위성의 잔해물이나 폐기된 인공위성, 또는 궤도가 공개되지 않은 인공위성과 충돌할 경우 수 백 억원을 투자한 인공위성들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인공위성 감시 메커니즘] 그렇다면 인공위성 감시는 어떻게 할까. 현재 인공위성을 감시하는 방법은 저궤도 위성의 경우 주로 레이더를 이용하고, 중·고궤도 위성은 망원경과 같은 광학계를 이용하고 있다. 저궤도 인공위성의 경우 지상 500~1만km 상공을 돌기 때문에 레이더를 이용한 감시가 가능하며, 영공 내에 들어오는 미사일과 항공기 등을 함께 감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통상 저궤도 위성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망원경을 이용하기보다는 레이더를 이용해 감시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레이더를 이용해 정확한 궤도 파악이 되면 이후 망원경을 이용해 특정 인공위성을 직접 촬영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공위성의 형태와 탑재체 등을 파악, 군사용 또는 민간용 등 특수한 목적을 가진 인공위성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지상 3만6,000km 상공의 고궤도 인공위성과 이 보다 낮은 중궤도 인공위성의 경우 광학계 망원경을 이용해 감시한다. 이 망원경은 먼 곳의 한 지점을 자세히 관측하는 일반적인 천체망원경과 달리 우주의 천체보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그리고 넓은 범위의 지역을 관측할 수 있는 광시야 망원경이다. 촬영장치가 장착된 이 망원경을 지구의 자전 속도와 동일하게 회전하며 중·고궤도 부근을 촬영한다. 지구의 자전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키기 때문에 별처럼 고정된 물체는 하나의 점으로, 인공위성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궤적에 따라 선분 형태로 나타난다. 적도 궤도가 아닌 극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이 선분이 수직방향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자료를 분석해 인공위성의 위치와 움직임을 예측한 뒤 다시 동일한 지역, 동일한 시간대의 위치를 촬영한다. 그리고 비교 분석을 통해 해당 물체의 궤도와 시간대를 분석해 내게 된다. 결국 별들이 무수히 박혀있는 천체 사진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찾아내고, 이 물체에 대한 반복 촬영 및 비교 분석을 통해 인공위성의 궤도를 찾아내는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부의 임홍서 선임연구원은 “인공위성의 궤도만을 알아내도 그 인공위성의 발사 목적을 추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는 군사위성들이 통상 타원궤도를 이용하고, 목표로 하는 감시지역을 최대 접근점으로 궤도를 잡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 대한 감시·정찰을 목적으로 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군사위성의 경우 대부분 저·중궤도를 이용하고 목적에 따라 궤도를 변경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면 민간용인지, 또는 군사용인지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공위성 감시체계의 선두주자, 미국] 미국은 현재 레이더와 광학계를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공위성 감시체계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차원에서 레이더 시스템을 구축해왔으며, 1990년대부터는 군사위성 등에 대한 감시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설치된 29m 크기의 안테나를 가진 레이더는 우주 물체 및 인공위성 감시가 주목적으로 최대 4만1,000km 고도 범위의 인공위성을 감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밖에 미국은 방공망 차원에서 구축된 다수의 레이더를 저궤도 인공위성 감시에 활용하고 있다. 광학계를 이용한 인공위성 감시체계는 하와이 마우이 섬 헬리칼라 사화산 정상에 설치된 우주감시소가 대표적이다. 여기에서는 3.6m급 첨단 광학추적망원경(AEOS)을 이용해 3만6,000km 상공 이상을 감시할 수 있다. 특히 AEOS는 200km 상공에 있는 12cm 크기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1.6m 적외선 광학망원경, 1.2m 광학/적외선 망원경을 이용해 4,800~3만7,000km 고도 범위의 물체를 감시하고 있으며, 이들 망원경을 이용해 200km 상공의 직경 50cm 크기 물체를 탐지할 수 있다. 이밖에도 0.8m 빔 추적망원경, 0.6m 레이저빔 지향 망원경 등을 이용해서는 저궤도 위성 및 미사일, 항공기 등 탐지된 물체의 고도 또는 거리를 빠르게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우이 우주감시소는 미 공군 우주사령부(AFSPC) 관할 아래 24시간 감시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재 미국은 레이더와 광학계를 이용하는 단계를 넘어 우주 궤도에 올려진 감시용 위성을 이용해 타국의 군사위성을 직접 감시하는 단계로까지 진입한 상태다. [빈약한 한국의 인공위성 감시체계 ] 현재 국내에서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에 대한 감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기관은 한국천문연구원뿐이다. 하지만 규모나 시설 면을 감안하면 인공위성 감시체계가 전무한 상태에 가깝다. 지구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소행성 감시가 주목적이고, 부수적으로 인공위성 감시가 함께 수행되는 정도다. 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부의 한원용 부장은 “현재 국내에서 타국의 인공위성을 감시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곳은 천문연구원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공군이 천문연구원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레이더를 이용하는 저궤도 인공위성 감시의 경우 방공망 감시와 밀접하기 때문에 현재 군에서 이를 감시하고 있는지 여부는 공개돼 있지 않다. 하지만 방공망 차원의 감시 이외에 저궤도 인공위성에 대한 감시체계는 매우 취약하거나 거의 전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문연구원이 인공위성 감시체계를 운용중임에도 전무한 상태에 가깝다고 하는 이유는 형편없는 연구비 때문이다. 천문연구원은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우주감시 연구 사업을 통해 인공위성 감시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5년 동안 투자된 연구비는 연간 3억5,000만원씩 총 17억5,000만원. 항공우주 관련 사업과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배출사업에 수 백 억원 이상 쏟아 붓는 것과 비교하면 왜소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인공위성 감시체계 구축 및 연구에 무관심한 이유는 인공위성 감시 효용성에 대한 인식부족과 연구영역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효용성 문제의 경우 ‘타국 인공위성이 감시를 해도 할 수 없는 것’ 또는 ‘미국의 정보를 이용하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감시를 당해도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자포자기식 주장은 접어두더라도 미국의 정보를 기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시각이다. [감시체계 강화 위한 예산확보 절실]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타국의 인공위성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인공위성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천문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인공위성 감시용 장비로는 대덕 천문연구원 내에 있는 60cm급 광시야 망원경과 아프리카 남아공 써덜랜드 관측소, 호주 싸이딩스프링 관측소에 각각 장소를 임대해 설치한 50cm급 광시야 망원경 등 3개가 전부다. 한국이 국내외에 설치해 운용중인 다수의 천체망원경들은 먼 우주의 천체들을 최대한 자세히 관측하는 목적으로 설치됐고, 이동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이를 인공위성 감시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남아공과 호주 등 해외에 설치된 망원경은 무인 로봇형 망원경으로 인터넷망을 통해 관리되며, 촬영된 영상을 전송받아 분석하게 된다. 하지만 해외에 설치된 망원경은 인공위성 감시를 목적으로는 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행성 감시를 위한 연구용이 주목적이다. 국내 대덕을 제외한 나머지 두 지역이 모두 남반구에 설치된 이유는 북반구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앞선 기술과 시설로 소행성 감시(?)를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구밀도가 낮은 남반구 지역에서 소행성 감시 연구를 진행해야만 망원경 설치 국가를 설득하기 쉽다. 하지만 망원경이 설치되는 위치와 대수뿐만 아니라 망원경을 작동·관리하는 시스템, 그리고 촬영된 영상에서 인공위성 등의 움직이는 물체를 찾아내는 소프트웨어 처리기술도 초보적인 수준이다. 현재 천문연구원이 추진중인 3년, 15억원 짜리 예산이 10월중으로 확정되면 내년에 남아공에 설치한 망원경을 60cm급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된다. 망원경의 구경이 커지면 지금보다 넓은 범위의 하늘을 감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의 인공위성 감시체계 영역도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인공위성 감치체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예산 지원이 전제된다면 천문연구원은 오는 2010년까지는 광학계를 이용한 인공위성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오는 2012년까지는 통신부문의 위성 전파 감시기술, 군의 레이더 시설 등과 천문연구원의 광학 감시 기술을 결합한 우주환경감시센터 구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고, 군의 방공망 영역에서도 벗어난 우리의 영공과 우리의 우주를 지키는 일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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