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현대카드 성공신화의 비밀] 상

KB금융그룹 등 대형 금융회사는 물론 공공기관들 사이에서도 ‘현대카드ㆍ캐피탈 따라잡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유는 혁신경영의 비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서울경제신문은 상ㆍ하편 등 2회에 걸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현대카드ㆍ캐피탈의 성공경영 비법을 소개한다.

카드대란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2005년. 정태영 현대카드ㆍ캐피탈 사장은 자금담당 임원으로부터 사무라이펀드를 발행하는 내용의 자금조달 기획안을 보고 받았다. 이 회사는 카드대란에 휩쓸려 직전 2년간 연간 총 6,000억~7,00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었던 상황. 이런 적자회사가 해외 자본시장에 명함을 내민다는 것은 망신을 각오한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정 사장은 해당 임원에게 “실패해도 괜찮으니 필요하다면 도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안정적 자금창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자금시장을 뚫기로 결정한 것이다. 도전의 결과는 놀라웠다. 현대카드가 발행한 사무라이본드가 당시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에 가까운 ‘A-’였다. 덕분에 저리로 4억4,000만달러 규모로 해외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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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무라이본드 발행 당시 글로벌 투자자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다는 사실을 절감한 현대카드ㆍ캐피탈은 일회성으로 해외에서 돈을 빌리는 것보다 독자적인 투자정보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배웠다.

이 회사는 독창적인 정보시스템인 ‘지니(GINI)’를 개발하고 특허까지 냈다. 지니라는 이름은 국제 투자자 네트워크 정보(Global Investor Network Information)의 알파벳 이니셜을 따 만들었다. 지니는 이 회사가 ‘IR 리서치’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전세계 주요 지역을 매년 수시로 돌아 축적한 투자자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한 것이다. 현대카드ㆍ캐피탈은 이를 기초로 해외 투자은행(IB)으로부터 추천 받은 투자자 정보와 비교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댈 수 있는 최적의 조달창구를 고르고 있다.

2005년만해도 불과 100여곳 수준의 해외 투자자정보를 갖췄던 현대카드ㆍ캐피탈은 지니 도입 이후 현재 1,000여곳의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정보를 확보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현대카드의 자금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ㆍ캐피탈은 현재는 연간 20조원(조달 잔액기준)에 달하는 자금을 굴리는 데 그중 평균 40%가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끌어다 쓸 정도다. 이 회사는 최근에는 남유럽이 금융불안을 겪는 와중에도 지니를 이용해 틈새자금시장인 스위스에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글로벌 대기업 GE도 지니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영 노하우”라고 극찬할 정도다.

이 회사는 지니 외에도 ‘신규취급 총자산이익률(ROA)’이라는 독창적인 대출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회사의 자산운용시 대출리스크 등을 동태적으로 파악해 적정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분석해주는 기법이다. 이 시스템 덕분에 현대캐피탈의 경우 2003년 무려 12.9%에 달했던 연체율이 현재는1.6%로 낮아진 반면 자산규모는 2003년 132조원대에서 현재 169조원대로 성장했다. 이 회사 재경본부장인 이주혁 전무는 “시장정보를 철저히 DB화해 자금조달과 자산운용의 리스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는 특허 수준의 경영노하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경영혁신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경영노하우를 시스템화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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