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2월2일, 미국 캘리포니아 에드워드 공군기지. 청백홍 3색으로 산뜻하게 도장한 전투기가 하늘로 솟아 올랐다. 서방의 베스트셀러 전투기 F-16의 첫 비행 순간이다. 누적판매 대수는 4,500대 이상. F-86F(9,869대), F-4팬텀(5,195대)에 이어 3위지만 판매금액 기준으로는 부동의 1위다. 가격이 F-86F에 비해서는 100배, F-4보다는 10배 이상 비싸니까. 데뷔 36년이 지난 요즘도 발주된다. 대만 수출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냉각될 정도다. 정작 미국은 초도형 F-16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고가인 F-14(해군용)와 F-15의 틈을 메울 염가 경량 전투기로 여겼기 때문이다. 요즘도 그럴까. 정반대다. 끊임없는 개량으로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다목적 전투기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가 보유한 F-16은 대형 쌍발기인 F-15와 맞먹는 성능을 자랑한다. 한국인에게도 F-16은 친숙하다. 한국의 도입ㆍ생산 기체는 140대. 공군의 주력이다. 사고로 상실한 10대를 빼도 한국은 세계 다섯번째의 F-16 보유국이지만 터키ㆍ네덜란드와 함께 기체 손실이 가장 많은 국가로도 손꼽힌다. 더 큰 문제는 성능. 면허생산 당시에는 최신형이었던 기체 개량에 소홀한 결과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다른 나라의 기체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면허생산에 따른 기술파급 효과도 의문이다. 원생산회사인 록히드마틴(제너럴다이내믹스)이 F-16의 영향을 받은 기체로 간주하는 한국의 F-50, 일본의 F-2, 대만의 칭궈, 이스라엘의 랍비(양산 포기)와 비교할 때 F-50이 가장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F-16은 한국의 우주항공산업 수준과 기체운용 능력을 말해주는 반사경이다. 개선과 개량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