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제2부 국난극복의 현장(경제를 살리자)

◎경제주체들 「허리띠 졸라매기」/시련딛고 중흥 이뤘다/생산성·시장원리 최우선/미·일·영·뉴질랜드서 말련·싱가포르·멕시코까지/21C 초일류도약 “용틀임”그들은 벌써 저만치 달아나 있다. 모든 경제주체가 합심해서 국난을 극복하고 경제중흥의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영국·뉴질랜드·싱가포르는 정부조직·노사관계·금융·투자환경 등 국가의 모든 시스템을 생산성과 효율 향상에 초점을 맞춰 재정비,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일본·멕시코·말레이시아는 복합불황, 금융·외환위기, 투자부진의 내부진통을 이겨 21세기 경제전장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처럼 거침없이 달려가는 반면 우리 경제는 낮잠에 겨운 거북이 신세를 면치 못해 지난 30년간 쌓은 「작은 성과」마저 되돌려줘야 할 처지에 몰렸고 그나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도 거의 예외없이 소름끼치는 위기상황을 겪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남은 위안거리이자 희망이다. 세계 최강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하며 「아메리카 르네상스」를 구가중인 미국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7%의 고실업, 13%의 고물가, 마이너스성장 등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당시 미국의 정계·재계·학계는 제조업 몰락과 산업공동화를 개탄하며 『일본이 우리를 매장했다』고 두려움에 떨었다. 미국은 대량해고와 감원으로 요약되는 다운사이징의 외과수술로 난관을 정면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95년까지 모두 4천3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곪은 환부를 도려내느냐, 동반자살이냐의 갈림길에서 미국은 전자를 과감히 선택했고 그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2차대전 후 70년대말까지 잦은 노사분규, 인플레성 임금상승, 생산성 정체, 낮은 투자율의 「영국병」에 시달리던 영국은 79년 대처수상이 집권하면서 국가적 변혁작업에 착수했다. 노조의 권한 축소 등 노동법 개정을 단행하는 한편 브리티시 에어·텔레콤사 등 공기업을 민영화함으로써 정부는 더이상 국민 세금을 짜내 실패한 기업을 돕지 않겠다는 비정한 입장을 천명했다. 79년 4.0%이던 실업률이 85년 11.1%까지 치솟았으나 국민 합의로 위기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50년대 세계 5위의 선진복지국가였던 뉴질랜드는 80년대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규제가 강하고 성장률은 낮은 반면 인플레가 심한 나라로 전락했다. 경제재건을 공약으로 내걸고 84년 집권한 노동당은 시장원리의 무차별 적용과 공공부문에의 책임경영제 도입 등 파격적 개혁에 착수했다. 차관급 공무원에 대한 계약고용제 시행, 공무원 정원 50% 감축, 정부부문에 민간회계 도입, 산업보조금 삭감, 노조 임의가입제 전환 등이 그 골자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국가경쟁력 세계 3위, 4∼5% 성장, 1%대 물가안정이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가안정을 토대로 20년간 연평균 9%의 고성장을 기록해온 싱가포르는 지난 85∼86년 마이너스 성장, 실업증가, 인플레로 비상국면에 몰렸다. 싱가포르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는 공청회를 1백회 이상 열고 계층간 이해갈등을 절충, 임금 구조조정을 통해 타개의 실마리를 찾았다. 싱가포르는 87년 이후 고도성장궤도에 재진입했고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1위, 국제경영연구소(IMD) 정부효율성 1위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1·2차 오일쇼크와 수차례에 걸친 엔화 급절상의 진통에도 흔들리지 않은 일본은 90년대 이후 거품 붕괴로 금융시스템 위기와 장기 복합불황에 몰려 허둥댔다. 96년 하시모토 2차내각은 금융·행정·경제구조·재정·사회보장의 5대개혁을 제창, 정부조직 축소계획을 2001년부터 단행하고 중앙부처 공무원 3만9천명을 감축키로 했다. 대장성에서 금융검사·감독기능을 분리해 금융검사감독청을 만들었고 2001년에는 재정·금융의 완전 분리를 실현할 계획이다. 당장이라도 경제가 거덜날 것 같던 멕시코도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82년 외채위기로 대외 지불중단선언까지 했던 멕시코는 정부·경영자·노동자·농민 등 4자합의에 의한 「경제연대협약(PACTO)」을 체결, 고통분담을 통해 환율 폭등·초인플레·실업 증가·자본탈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치불안으로 재연된 94년 금융위기도 국제기구의 금융지원 등에 힘입어 거뜬히 타개해 96년에는 5% 이상의 성장세를 회복했다.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 리의 「비전2020」이란 청사진 아래 국가총력체제로 경제강국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88년 이후 9% 안팎의 고도성장을 지속했고 기술부족, 인력난이란 애로에 부딪치자 긴축재정·통화정책을 바탕으로 과감한 산업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총리·장관까지 세일즈 통상외교에 나서 외국인 투자유치에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각 국가들이 겪은 산업 공동화, 생산성 침체, 금융·외환위기, 노사관계 악화, 임금 급상승 등 각종 증후군은 경제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너무나 익숙하게 들어온 내용이다. 또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돌파구를 마련한 사실도 눈길을 모으는 공통사항이다. 서울경제신문은 「경제를 살리자」 기획특집 2부로 이들 국가에 특별취재팀을 파견, 「국난 극복의 현장」 르포를 다음주부터 시리즈로 연재한다. 정훈 논설위원(일본), 김인영 뉴욕특파원(멕시코·미국), 유석기 특파원(영국), 손동영 특파원(싱가포르·말레이시아), 한상복 특파원(뉴질랜드)으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은 이들 국가가 겪은 위기의 실체와 원인·타개전략을 분석, 보도한다. 특히 근로자·가계·기업·정부 등 각 경제주체들이 어떤 논란과 우여곡절을 거쳐 고통 분담에 합의했는지, 또 경제살리기 과정에서 노출된 수많은 시련과 부작용을 어떻게 수습하고 개혁의지를 지켜나갔는지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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