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릭! 핫이슈] 경상적자ㆍ디플레 퇴치 `약발` 좀 더 지켜봐야

달러화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5월11일 존 스노우 미 재무장관의 달러화 약세 용인 발언 이후 하락속도가 한층 빨라지는 모습이다.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 4월 중순까지만 해도 120엔 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116엔을 위협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도 4월초 1,250원대에서 최근 1,200원을 하회하고 있다. 미국이 `약한 달러`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 적자와 디플레이션 위협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를 이용해 1ㆍ4분기에 GDP대비 무려 4.7%를 넘어선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디플레이션의 위협을 동시에 퇴치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 정책이 미국경제의 뜻대로 효과를 발휘할 지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 이런 회의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다. 먼저 대내적 요인으로 달러화 약세가 단기적으로 미국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무역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달러약세를 통해 이익을 보는 곳은 제조업 부문에 국한되고 금융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서비스 부문은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해 미국의 주식을 사기 위해 유입된 포트폴리오 자금은 무려 494억 달러이고, 회사채 매수 자금은 3,777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주식 매수 규모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0년의 1,748억 달러에 비하면 그 규모는 4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대규모 해외자금의 유입이 중단되면서부터 미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달러화가 3년간 무려 38.6% 평가절하됐던 1985~87년에 해외 투자자금이 크게 유출되지 않았던 점을 들어 달러화 약세의 위험이 크지 않다고 지적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1987년10월 발생한 대규모 주가 폭락사태(Black Monday)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이 달러화 약세에 대한 두려움이었음을 생각할 때, 10~20%의 가치 조정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추세`로 전환할 경우 1987년과 같은 위기가 재현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달러화의 약세 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할 두 번째 요인은 `대외적 문제`다. 최근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유럽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유럽경제가 유로화 가치의 평가절상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받는 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럽경제의 제조업 비중은 미국에 비해 높은 편이며, 특히 유럽경제의 기관차라 할 수 있는 독일경제는 더욱 그러하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의 제품들이 유로화 강세를 배경으로 물밀듯이 밀려오는 데다, 기타 지역으로 수출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이미 독일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업과 가계의 경기전망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일본경제가 받는 고통은 더욱 심각하다. 10년 넘게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경제로서는 최근의 엔화가치 상승이 치명적 위험이다. 소니 등 주요 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 악화 소식은 충격을 넘어 공포를 안겨줬으며, 추가적인 엔화강세는 일본경제마저 마이너스 성장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유럽과 일본 정책당국은 더 이상의 달러약세를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경제적 갈등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분석에서 드러나듯 달러화 약세가 단기적으로 미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속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지난 1987년과 같은 파국을 맞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정책당국이 달러약세를 선호하는 이상, 달러약세의 추세는 거스르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다만 `급격한` 달러 약세는 모두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만큼, 속도조절을 위한 정책 공조가 부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홍춘욱 한화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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