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 같으면 세금 때문에 집 한채 있는 것 팔겠습니까? 소비를 쥐어짜는 수밖에 없어요.”
참여정부가 큰소리쳤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현실로 닥치자 원성이 높다. 미래를 예언(?)한 정책 당국자야 ‘그것 보라’며 무릎을 칠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2~3배나 세금이 뛴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돈만 더 뺏기게 생겼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집값이 많이 올랐으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무차별적으로, 몇 배씩 한꺼번에 불어나는 것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더구나 다른 부동산정책이 아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만 올라버리는 것은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
보유세 부담의 ‘주범’인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했던 2년 전만 해도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전체 가구 수의 2%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사이 집값은 정부의 예상보다 너무 올라 더 이상 6억원이라는 기준으로 ‘고가주택’을 분류하는 데 이견이 많아졌다. 예외 규정이 없다 보니 일정한 소득이 없이 1주택을 소유하고 살다가 집값이 오른 은퇴자는 당장 세금을 못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집을 판다고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 무서운 양도소득세가 기다리고 있다. 보유세가 부담스러운 집주인은 세 부담을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요구하고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부야 오로지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에 세금정책을 동원했겠지만 이 상태로 간다면 소비만 위축될 공산이 크다.
세금뿐 아니라 부동산 이야기만 나오면 집이 있든 없든 핏대부터 올리는 게 요즘 분위기다. 송도의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앞에서는 밤샘 청약에 나서는 수 천명이 뒤엉키며 서로 욕설을 내뱉는 소동이 있었고, 버블세븐도 아닌 버블세븐 길 건너 아파트는 수 백대 일이나 되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절찬리에 판매됐다. ‘분당급 신도시’라는 유령 같은 이름에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은 수도권 동서남북을 헤집고 다닌다. 하지만 부동산정책의 부작용은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어설프게 집값 잡으려다 대한민국 초가삼간 다 태우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