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스리랑카에서 아시아 노조지도자 포럼이 열렸다. 경쟁력제고가 지상과제로 된 지금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조의 역할은 어떻게 정립해할 것인가가 주제였다.싱가폴의 노조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외국자본은 싱가폴 산업화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싱가폴 노사는 기술이전과 더불어 외국자본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노사분규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싱가폴의 유일한 최대노조연맹인 NTUC는 싱가폴의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위해 외자유치가 결정적이라고 보고 노동조합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용자와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홍콩·대만 등의 노조대표들도 경쟁력제고의 필요성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강조했다. 기업이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과 모든 조건(기술수준 등)이 같을 경우 노사관계안정을 통한 생산성 향상만이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현실에서 바라볼 때 실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우리나라의 노조대표는 불참했다. 아마 참석했다고 하더라도 그같은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현주소다. 설사 다른 모든 방면에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높다하더라도 노사관계의 경쟁력이 모두 그것을 상쇄시킬진데 하물며 현재 어느 하나 제대로 경쟁력을 자신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노동운동이 2개로 나뉘어져 선명성 경쟁에 휩싸여 있고 조금이라도 협력적이면 어용으로 매도되는 지금의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 과연 우리가 이 험난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제대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노동운동의 지도자들도 더 이상 투쟁의 목표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세력을 규합하고 확산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반 조합원들도 노조 지도부에 투쟁만을 요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벌거벗은 경쟁의 시대에 있어서 경쟁력제고는 이제 사용자만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모든 개인의 관심사항이다. 투쟁하지 않고 협력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없는 노(勞)와 사(使)는 21세기에도 힘겨운 한세기를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