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부모 알권리냐 전교조 죽이기냐

법제처가 1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가입 교사의 신상정보 공개가 위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교육계가 전교조 문제로 또 다시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소속 교원 명단 공개가 전교조를 고사(枯死)시키려는 보수 세력의 정치공세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념 교육에 치중한 전교조의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12일 “법제처에서 전교조 가입 교사의 명단을 국회에 제출하라고 했는데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면서 “내주에 시도교육청과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명단을 취합, 자료를 요구한 국회의원들에게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 공개를 요구해온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측은 교과부로부터 명단을 제출받는대로 이를 인터넷에 공개할 계획이다. 명단은 급여에서 조합비를 원천 징수하는 교사들로, 실명과 소속 학교, 담당교과가 기재되며 이르면 4월 중으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이 공개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선 전교조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이 전교조 소속 교사에 대한 기피 현상이 노골화되고, 탈퇴 압력을 가할 개연성이 높다. 이에 부담을 느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노조를 탈퇴하거나 신규 교사들의 경우 가입을 꺼릴 가능성도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가치관 형성이 덜된 미성년자를 교육하는 교사가 지켜야 할 헌법적 의무”라면서 “전교조 소속 교사의 명단이 공개될 경우 어떤 이념적 배경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교사가 특정 이데올로기에 치우친 교육을 하는 것이 상당히 제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소극적이기 때문에 전교조 소속 교사가 자녀의 담임이더라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극단적 행동을 취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전교조도 명단 공개 요구나 조직 약화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 보다는 많은 학부모들로부터 기피를 당하는 이유에 대해 먼저 자기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명단 공개가 학부모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교사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수능 성적이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등 현 정부의 교육정보 공개 방침이 학생들의 학력 신장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교원노조 가입 교사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교육적 효과도 없을 뿐더러 특정 집단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사는 “전교조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집단의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하는 것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다만 전교조도 교육적으로 떳떳하다면 명단 공개에 크게 개의치 않고 교육 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교조는 명단 공개 여부는 조합이 판단할 문제로 국가가 개입해서 유권해석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고수했다.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과부가 명단을 공개할 경우 교과부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할 것이며, 법제처 해석에 대해서는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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