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콘텐츠 해외로 해외로.’ 초고속이동통신(HSDPA)ㆍ휴대인터넷(와이브로)ㆍ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의 활성화를 통해 모바일 인터넷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모바일 콘텐츠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모바일 인터넷 영역에서도 ‘모바일 한류’를 창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불린 것도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콘텐츠 수출을 통해 한류를 이끈 주인공이 방송ㆍ온라인게임 등이었다면 앞으로는 모바일게임ㆍ플랫폼ㆍ솔루션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창작→제작→유통→수출’의 과정을 거치는 콘텐츠 역시 내수시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시장으로의 수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신사 해외진출로 모바일 한류 이끈다=SK텔레콤ㆍKTF 등의 이동통신사들은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눈을 돌리고 있다. 통신산업은 네트워크에 서비스ㆍ단말기ㆍ콘텐츠ㆍ솔루션이 모두 연계될 수 있어 대기업의 해외진출이 이뤄지면 국내 중소기업들도 선단형 진출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즉 서비스 사업자가 해외 현지 거점을 확보하면 이를 교두보로 중소기업인 CP, 솔루션ㆍ플랫폼 사업자들이 뿌리 내리는 개념이다. 미국ㆍ베트남ㆍ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SK텔레콤은 이미 콘텐츠 기업들과 동반진출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 힐리오의 경우 20여개 협력업체가 함께 진출했으며 지난해에만 3,300만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수출을 이끌었다. 또 SK텔레콤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중국ㆍ네덜란드 등 10여개 국가에서 55개 중소기업과 무선인터넷 플랫폼ㆍ솔루션을 공동 판매해 약 8,8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차이나유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중국에서는 단말기 제조업체뿐 아니라 콘텐츠 공급업체(CP), 솔루션 개발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했다. KTF는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에서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KTF는 인도네시아에 ‘프리컴스’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현지 사업자를 대상으로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말레이시아에서는 3세대(3G) 신규 사업자 ‘U모바일’에 총 2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33%를 인수하는 한편 현지 경영에도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KTF는 내년에 GSM협회 최우선 과제인 모바일 결제 프로젝트가 상용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잇따른 국제표준 효과 콘텐츠 수출에 날개=최근 와이브로ㆍDMB가 잇달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부터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으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국제표준이 강제성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와이브로ㆍDMB를 채택하는 국가가 늘어날수록 관련 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23개국, 35개 통신사업자와 와이브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KT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무선통신 사업자 뉴파라사와 서비스 컨설팅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 아프리카 르완다와 와이브로 및 광케이블망 구축계약을 체결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보유한 와이브로 특허 21건을 통해 앞으로 4억7,800만달러의 로열티 수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MB의 경우에도 국내에서만 9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독일ㆍ네덜란드 등 11개 국가에서 지상파 DMB 실험방송을 하고 있다. ◇글로벌시장 뚫기 위한 과제 해결해야=하지만 아직 글로벌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과제가 많이 남아 있어 정부와 업계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우선 해외진출에 앞서 서비스가 국내시장에서 활성화돼야 한다. 와이브로의 경우 국내 가입자가 아직 10만명에 그치고 있으며 DMB 사업자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와이브로 활성화 및 DMB를 통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야 콘텐츠 수출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또 지스타 등 국내 IT전시회 규모를 키워야 한다. CESㆍ3GSMㆍE3와 같은 해외 전시회와는 달리 국내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는 글로벌 업체들의 참여가 부족해 집안 잔치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국내 전시회를 글로벌 규모로 키워야 콘텐츠 수출도 용이해질 수 있다. 콘텐츠의 경우 글로벌시장을 겨냥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 수출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해 해외로 진출하는 전략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 글로벌 이통사도 콘텐츠 확보전
英 보다폰, 음악·검색 서비스 제공
스페인 텔레포니카, 게임업체 제휴
싱가포르 싱텔은 IPTV콘텐츠 연계 공격적인 해외진출로 글로벌 이동통신업체로 성장한 영국의 보다폰과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싱가포르의 싱텔. 이들 거대 이동통신사가 최근 제2의 도약을 위해 콘텐츠 확보전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스웨덴의 노르딕텔을 인수하며 해외진출의 신호탄을 올렸던 보다폰은 현재 36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확보한 가입자 수만 해도 2억명을 넘어섰다. 이를 통해 보다폰은 매출의 80%를 자국인 영국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기반을 닦은 보다폰이 눈길을 돌린 곳은 바로 콘텐츠. 보다폰은 지난달 노키아의 콘텐츠 사이트인 '오비'에 있는 음악을 자사 3G(3세대) 휴대폰 가입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구글과 손잡고 모바일 검색 서비스에 돌입하기도 했다. 텔레포니카는 세계 각국 모바일 게임업체들과의 제휴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텔레포니카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 컴투스ㆍ게임빌 등의 모바일 콘텐츠 기업들과 협력 강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텔레포니카가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프리미엄 시장인 유럽으로의 진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영국과 아일랜드ㆍ독일ㆍ슬로바키아ㆍ이탈리아 등으로 세를 넓히며 약 1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싱텔은 현재 호주ㆍ인도ㆍ태국 등 세계 20개국에 진출, 약 1억3,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전략의 핵심에는 IPTV 서비스가 있다. IPTV의 콘텐츠를 모바일과 연계해 서비스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오렌지, 독일의 T모바일 등의 글로벌 이통사들도 자국 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동시에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신규 수익원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 간 경계가 무너져가고 있는 세계 이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안방조차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이통사들은 공격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며 "이렇게 기반을 다진 글로벌 이통사들이 이제는 새로운 먹을 거리를 찾아 콘텐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