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입사원 재교육에만 2년"…글로벌 재도약 발목 잡혀

[창간 기획]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br>1부. 문제는 낡은 교육 <1> 성장엔진 움직일 인재가 없다<br>녹색산업·스마트폰·LED·원전등 새로운 성장분야 잇단 진출불구<br>기업들 핵심인력 부족에 골머리



"산업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대학교육 문제" "이미 수주는 해 놓았는데 일을 할 사람이 없어요. 늦어지면 큰 일인데. 어디 괜찮은 인재 없나요." 대기업 A사의 태양광ㆍ풍력발전 프로젝트 담당 B 팀장의 표정은 심각했다. 6개월 전 해외에서 대규모 녹색발전단지 구축사업을 수주했지만 현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지 못해 팀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B팀장 본인도 다른 회사에서 관련 분야에서 일하다 퇴직한 후 이 회사에 입사한 터다. B팀장은 "관련 업계에서 인력을 찾아보고 있지만 워낙 부족해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요즘은 현역들 보다 퇴직한 사람들 중에 괜찮은 인력이 있는 지 수소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치열한 글로벌경쟁 시대에 재도약을 노리는 한국경제가 인재부족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앞다퉈 녹색산업, 스마트폰, LED, 원전 및 플랜트 등 새로운 성장분야에 진출하고 있지만 핵심인력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인 그린에너지 산업에서 오는 2017년까지 총 1만9,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문제는 부족한 인력 대부분이 핵심 연구개발을 담당해야 하는 고급인력이라는 점. 실제 석박사급 연구인력은 2만4,700명이나 모자란 반면 석사급 생산인력은 오히려 8,7000명이나 초과 공급될 것으로 나타났다. 장창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적인 예로 원전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대학에 원자력공학과는 6곳에 불과할 정도로 기반이 취약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신성장동력 분야의 인재부족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재계 및 시장 전문가들은 고급 핵심인력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대학교육을 꼽는다. 최근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복합적 융합, 그리고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지만 대학이 가르치는 내용은 박물관에나 가 있어야 할 오래된 이론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올 상반기 차세대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해 600명의 R&D인력을 채용했지만 쓸만한 인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쟁률은 높지만 고급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도 부족하다"며 "대학에서 무얼 가르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급인력은 차치하고 산업 현장에 필요한 허리급 인재의 절대적 숫자도 부족하다. 플랜트 산업의 경우 해외 수주는 매년 급증하는 데 반해 필요한 인력은 부족한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플랜트 업계는 향후 3년간 약 1만여명의 플랜트 전문인력 공백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필요한 인력이 없다 보니 스카우트 경쟁이 심해져 최근 2~3년간 플랜트 엔지니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정도다. 허병철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플랜트사업실장은 "높은 연봉을 주고라도 쓸만한 엔지니어를 구한 곳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대규모 플랜트를 수주해 놓고도 사람이 없어 납기를 제때에 맞추지 못할까 걱정하는 기업들이 태반"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실한 교육을 받은 대졸 신입사원들을 가르치기 위해 기업들이 지출하는 재교육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기준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해 실무에 투입하기까지 재교육에만 한 명당 6,088만원, 평균 19.5개월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되는 엔지니어로 키우는 데는 적어도 10년은 걸린다"며 "신규 채용하는 직원들에게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능력을 갖춘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기업들간 인재 스카우트 과열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스마트폰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석채 KT 회장이 직접 나서 삼성전자가 관련 인력을 빼간 것을 공개 비판했을 정도다. 국내를 대표하는 정보통신(IT) 기업인 KT와 삼성전자가 빈약한 인재풀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이성식 대한상의 선임연구원은 "대학 교수들이 재임용을 위해 연구논문 실적에만 치중할뿐 실제 교육에는 별 관심이 없다 보니 대학을 졸업해도 능력이 부족한 인재들이 많다"며 "산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면서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 수업의 질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는 것이 인재수급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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