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방통委 신설, 차기정부로

[데스크 칼럼] 방통委 신설, 차기정부로 양정록 jryang@sed.co.kr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전략 비공개 보고서가 통째로 유출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위원회도 방송개방과 관련한 내부 문건 유출 경위를 놓고 방송법에 따라 직무상 독립이 보장되는 방송위원을 상대로 감찰을 벌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조창현 방송위원장이 최근 이와 관련해 최민희 부위원장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후속조치로 지난 18일 마권수 상임위원이 최 부위원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방송법 제26조 1항에는 “방송위원은 임기 중 직무상 외부의 어떠한 지시나 간섭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최 부위원장에 의혹의 시선이 쏠린 것은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방송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는 11일 언론노조의 성명이 발단이 됐다. 그간 방송시장 개방에 반대입장을 펴온 방송위 대표로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출신인 최 부위원장이 실무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최근 “24일 조 위원장의 퇴진촉구집회를 개최하고 전방송계 종사자들로부터 퇴진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즉각 반발한 뒤 “방송개방 압력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거꾸로 회의내용 유출자 색출에 나선 것은 방송위가 스스로의 존재를 부인한 채 정부의 주구노릇을 하고 있다”고 조 위원장과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 시점에서 주목할 것은 조 위원장, 최 부위원장, 마 위원 등 3명의 상임위원이 공교롭게도 모두 여당인 열린우리당 쪽에서 추천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현행 규정상 방송위는 방송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3명은 여당, 2명은 야당 몫으로 배분하도록 돼 있다. 결국 이 사태는 여당몫인 3명의 위원들간에 벌인 해프닝인 된 셈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쪼개지기 일보직전의 여당 내부 계파간 갈등이 방송위원들을 통해 표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에 따른 것이다. 여당추천 방송위 내부조차 정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방송과 통신 융합논쟁의 결과물이 과연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마디로 참여정부의 사태수습 능력에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정부안으로 확정돼 국회로 넘어간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쳐왔다. 이 법안은 방송위와 정보통신부라는 두 조직을 합쳐서 ‘방송통신위원회’(가칭)를 신설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비례해 반대 측의 반발강도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일방적인 법제화 추진일정을 반대해온 방송위가 급기야 15일 “(방송통신위원회 설립과 무관하게 방송위 소관법률인) 현행 방송법 개정을 통해 IPTV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선 것. 이런 방송위의 태도는 “방송통신위원회 신설문제가 결론 나면 그때 가서 IPTV도입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기존의 양보 안을 원점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방송전문가들은 방송위가 방송과 통신 구조개편의 핵심 이슈인 IPTV 도입 법안을 2월 국회에서 통과시켜 IPTV 조기도입을 방송위가 막고 있다는 여론을 희석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IPTV가 방송법을 통해 조기도입되면 방송통신위 신설문제는 ‘급박한 현안’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다급하게 방송통신위원회 신설논리를 밀어온 정통부가 방송위 발표에 유감을 표시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통부는 “방송위가 정부의 공식 논의창구인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나 정통부와 아무 협의 없이 IPTV 법제 정비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는 자료를 내며 반박하고 있다. 여기에 융추위 추진위원들의 견해도 벌써부터 사분오열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방송통신위 신설이나 IPTV 도입 방안 등 방송과 통신시장에 대한 최종적인 구획정리는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 공약사항일지라도 참여정부의 정책역량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조직 재편을 할 가능성이 적지않은 차기정부에 맡겨져야 한다. 물론 참여정부 마지막까지 활발한 토론은 필히 거쳐야 된다. 역대정권을 보면 논쟁거리가 적지않은 사안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새 정부 초창기에 이뤄져야 후유증을 최소한 줄일 수 있다. 전문가 토론 등 많은 절차를 거친 뒤 정부조직 전반에 대한 새 정부의 큰 밑그림 속에서 통신과 방송 융합조직 문제가 그려져야 맞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 조상들의 속담을 떠올려볼 때다. 입력시간 : 2007/01/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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