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글로벌 경쟁력의 현장] 한국후지제록스 기술연구소

"중국 따라잡지 못할 기술 만들자"인천 서구 가좌동에 자리잡은 한국후지제록스 기술연구소. 이곳은 최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차이나후지제록스와 차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지난 99년부터 3년동안 한국연구소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차세대 디지털 복합기 '하나'의 과실이 고스란히 차이나법인으로 넘어가는 것을 수수방관해야 했던 한국후지제록스는 아예 중국의 기술 수준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각오다. 김영철 기술연구소장은 "하나 프로젝트는 당시 일본 본사와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할 정도로 한국법인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성공작"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한국 기술진 41명이 대거 본사에 파견될 정도였다"고 밝혔다. 당연히 연구 결실도 한국법인의 몫이라고 여겼던 '하나 프로젝트'는 하지만 글로벌 시스템의 잣대가 얼마나 냉엄한지를 철저하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일본 본사는 프로젝트가 완성되자 곧바로 생산비용을 따지기 시작했다. 설계 도면은 완성됐고 이제는 원가경쟁력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 본사의 입장이었던 것. 중국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 생산에 성공하자 본사는 일고의 고려도 없이 수출용 생산 물량 전부를 차이나 법인에 맡겼다. "한국 법인의 기술력을 충분히 과시했습니다. 더불어 한국법인은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고부가 제품의 개발 능력이 있는 기술본부로서의 위상을 얻게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과 생산기반이 호응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생존은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나 프로젝트의 교훈은 개발력이 뒷받침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최고급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것. 단순히 비용 감소 노력만으로 중국과 경쟁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곧바로 하나 프로젝트의 다음 단계 제품 개발에 착수, 지난 10월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프로젝트명 '가을'은 한마디로 유일한 생존루트를 찾아나선 모험의 결과물인 셈이다. 김현곤 기술연구소 DP개발부장은 "올 3월부터 시작된 개발 작업이었기 때문에 일본 본사에서도 이토록 짧은 시간에 신제품을 개발한 것에 놀라워했다"며 "하나를 개발하면서 축적된 기술과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이제 복합기 기술의 핵심인 용지이송 모듈의 생산량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나'생산이 중국에 넘어갈 때도 빼앗기지 않았던 부문으로 한국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자신하고 있다. 오는 12월 중 최종 결정 될 용지이송 모듈 생산지로 선정되기 위해 자료 준비에 주력하고 있던 김수영 관리총괄 이사는 "용지이송 모듈 생산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각 법인들이 경쟁을 펴고 있다"며 "인천이 용지이송 모듈의 생산거점으로 선정되면 2004년까지 현재 생산량의 4~5배 이상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공장도 변화를 앞두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제품의 비중이 확대되고 용지이송 모듈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산 라인도 현재보다 더욱 밀도있게 재구성된다.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허원범 생산총괄 이사는 "비용을 감소하기 위해 생산 부지를 늘리지는 못한다"며 "설비를 새롭게 갖추면 같은 공간에서 현재보다 2.5배 이상의 가동률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후지제록스 공장의 또 다른 특징은 세게 일류 수준의 환경관리 시스템이다. 일본 본사의 에비나 공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친화적인 공장의 하나. 인천공장 역시 본사의 방침에 따라 회수 기계를 재활용ㆍ재사용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폐기물을 매립하지 않고 소각하는 '매립 제로'원칙을 추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환경연합21'과 연계해 지역 자연보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김영철 소장은 "업계 최초로 ISO14000 인증을 획득했다"며 "사무기기가 용지와 관련이 있는만큼 숲이나 삼림 보호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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