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정치인들이 망친 유럽 경제… 전문 관료가 구원투수로

[유로존 위기 확산]<br>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 지명 이어<br>몬티 前 EC집행위원 伊총리 유력

파파데모스

마리오 몬티

정치인들의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재정위기에 몰린 유럽에 '테크노크라트(경제전문관료)'들이 속속 구원투수로 등판하고 있다. 지금 같은 위기상황일수록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인보다는 탄탄한 전문지식과 개혁성향을 갖춘 전문가들이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다. 비상 거국내각 출범을 앞둔 이탈리아는 경제학자 출신의 마리오 몬티(68)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집행위원이 새 총리에 오를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AP통신은 11일 "이탈리아 하원이 12일 경제개혁안을 승인하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하는 동시에 몬티 전 위원이 새 총리에 임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9일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몬티를 종신 상원의원에 지명, 새 총리로 비상 거국내각을 이끌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마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몬티 전 위원은 이미 조각 구상에 들어갔다. 테크노크라트로서의 실력 발휘를 위해 뜻을 함께할 전문가들을 기용하는 한편 현 집권 자유국민당(PdL) 소속 장관들을 일부 유임하고 야당 의원들을 입각시키는 연정 형태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 집권 세력 내부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온 지아니 레타 내각차관은 유임될 것으로 보이며 재무장관에는 파브리지오 사코마니 이탈리아 중앙은행 부총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보코니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빈 교수를 사사한 몬티 전 위원은 베를루스코니 총리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전면적 개혁을 촉구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보다 빠르게 경제개혁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유력한 총리 후보인 몬티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회피했던 개혁안을 밀어붙이며 수개월간 이어진 이탈리아의 정치 마비 상태를 해소시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리스는 10일(현지시간) 루카스 파파데모스(64ㆍ사진)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를 새 총리로 결정했다. 내년 2월19일 총선 때까지 그리스 과도 연립정부를 이끌 그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로 꼽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학사)과 전기공학(석사)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스 정치권이 파파데모스를 총리로 지명한 데는 ECB 부총재를 지낸 그의 이력도 크게 작용했다. 그리스 과도연정의 최대 과제는 6주 안에 지난달 26일 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2차 구제금융안을 의회에서 비준시키고 이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ECB 및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의 공조가 필수적인 만큼 ECB 부총재를 역임한 파파데모스가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가디언지는 "이탈리아ㆍ그리스 등은 국가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테크노크라트들이 부상해 성장세 회복을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을 행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리스와 이탈리아 내부적으로는 개별 국가의 문제에 EU, 특히 독일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데 대한 적개심이 남아 있다"면서 파파데모스나 몬티 모두 EU 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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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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