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라켓에 사랑을 싣고…
영화 '윔블던' 25일 개봉
‘워킹 타이틀’은 죽지 않았다.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등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했던 영국 영화제작사 ‘워킹 타이틀’의 힘은 25일 개봉하는 ‘윔블던’에서도 계속된다.
‘역도산’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 지난 몇 달간 선보인 스포츠 영화들이 땀내 가득한 휴머니즘을 그려냈다면 ‘윔블던’의 테니스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 그 자체다. 현실에선 거대하기만 한 세계랭킹의 벽쯤은 사랑으로 거뜬히 뛰어 넘어선다.
한 때는 세계 11위에도 올랐던 테니스 선수 피터(폴 베타니). 이제는 동네 클럽에서 짓궂은 아줌마들 강사로 전락한 퇴물이다. 영광스럽게도 은퇴는 윔블던으로 장식한다(그래봤자 와일드 카드다). 당연히, 그 누구도 그의 은퇴에 관심 따윈 없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기회는 찾아온다고 했던가. 은퇴 경기를 앞둔 피터 앞에 샤라포바 뺨치는 여자 테니스 스타 리지(커스틴 던스트)가 나타난다. 당연지사 첫 눈에 반한 그들.
사랑의 힘을 등에 업은 피터는 연전연승 거칠 게 없다. 하지만 리지는 거듭되는 부진에 빠지고, 둘 사이는 점점 힘들어져 간다.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밉지 만은 않은 ‘대영제국의 위대함’을 뽐내는 워킹 타이틀 영화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 역시 여전하다.
콧대 높은 미국 대통령에게 “영국은 작지만 강한 나라”라고 부르짖던(러브 액츄얼리) 그들은 이번에도 볼품 없는 영국 선수의 승승장구에 환호를 보낸다. 실제로 36년 이후 윔블던에서 70년간 자국 우승자를 내지 못했던 한을 영화에서나마 풀고 있다.
대회 중계 외엔 그 어떤 촬영도 금지됐던 윔블던의 매력적인 푸른 잔디 코트 역시 영화를 멋지게 장식한다. ‘영국을 향한 찬가’라는 거부감보단 이국적인 문화의 생생함을 느낄 만 하다.
다소 식상해 보이지만 달콤한 핑크빛 로맨스는 ‘봄이기에’ 스크린을 환하게 비춘다. 예전 워킹 타이틀의 영화처럼 사랑에 대한 색다른 시선은 느껴지지 않지만, 뻔하게 익숙한 러브 스토리를 무리없이 풀어내는 것은 분명 영화가 가진 매력.
최근 봇물처럼 쏟아지는 스포츠 영화들에 비해 경기 자체에 대한 묘사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경기 중 피터가 머리 속으로 중얼거리는 혼잣말 대사는 오히려 사실감을 살리기에 충분하다. 영국에선 지난해 가을 선보였지만, 오히려 싱그런 봄에 어울리는 영화다.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5-03-24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