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자산운용시장의 변화

바야흐로 간접투자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6일 현재 펀드 수탁액은 202조1,070억원으로 99년 주식형 펀드 열풍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수탁액 20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펀드 수탁액은 99년 상승장에서 262조원까지 불어났으나 일명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급감, 한때 145조원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적립식 펀드 붐을 계기로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저금리 지속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펀드로 몰리면서 수탁액 200조원을 돌파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간접투자 시대가 열린 가장 큰 요인은 장기투자문화의 단초라 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의 대중화이다. 적립식 펀드는 몇 년간 기관투자가 위주로 형성된 간접투자시장에 개인투자자가 다시 들어오는 전기를 마련해주었다. 지난해 말 2조원대에 불과하던 적립식 펀드 판매액은 이미 10조원을 돌파했고 매월 5,000억원 이상 증가 추세를 보이며 간접투자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말 현재 공모주식형 펀드 가운데 순자산액 5,000억원 이상인 대형 펀드가 11개나 되는 등 펀드 대형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같은 펀드 대형화는 투자기간이 보통 3~5년으로 장기인 적립식 펀드 열풍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펀드 투자 대상도 최근 들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펀드는 주식ㆍ채권 투자에 제한되는 등 상품 유형이 단조로웠다. 그러나 이제는 부동산ㆍ선박ㆍ항공기 등에 투자하는 실물투자 펀드, 주가지수 또는 환율 연계 펀드, 해외 주식ㆍ채권ㆍ리츠 등에 투자하는 해외투자상품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펀드판매 창구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의 펀드 판매 비중은 2000년 말 7%대에서 불과 4~5년 만에 33% 이상을 차지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내년 1월부터 자산운용회사의 직접판매 및 보험모집인의 펀드판매 권유가 허용되면서 판매 채널은 한층 넓어질 것이며 판매방법도 과거 창구 판매 방식에서 홈쇼핑과 콜센터ㆍ인터넷 등 온라인 판매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2월 도입되는 퇴직연금제도는 기존의 자산운용시장을 더욱 확대시키고 투자 패턴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노후보장을 위해 10년 이상을 장기 운용하는 것으로 전문자산운용기관에 의한 간접투자를 전제로 했다. 따라서 간접투자 관행이 정착되고 투자기간도 기존의 단기 투자 관행에서 중장기 투자로 바뀔 것이다. 간접투자 붐과 퇴직연금 등 자산운용시장이 확대되면서 자산운용사에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와 더불어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자산운용 업계의 평균 운용보수는 0.14%, 올 상반기(4~9월) 44개 자산운용사의 세 전 순이익은 782억원, 한 회사당 17억원에 불과한 실정으로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익구조가 매우 취약한 현실이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전문성을 가진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처럼 대형ㆍ중소형 자산운용사간 영업전략상 차별성이 없는 형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전문성을 가진 외국사의 진출로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자산운용사의 수익기반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운용보수의 정상화 등 운용시장 구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한경쟁은 자산운용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다. 자산운용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전문화를 통해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가격경쟁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다시 찾아온 간접투자 시대, 자산운용사간 외형경쟁을 지양하고 투자자의 다양한 수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운용사의 국제적인 경쟁력ㆍ전문성ㆍ투명성을 한 단계 높인다면 한국 자산운용 시장은 고객자산의 안정적 성장과 더불어 황금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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