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AOL타임워너의 시련은 새 미디어에 대한 오판때문

AOL타임워너의 합병 뒤에는 시너지효과 창출이 실패하고 합병의 핵심 역할을 했던 로버트 피트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사임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던 하나의 슬픈 사실이 존재한다. AOL 부문이 영화나 텔레비전, 잡지 등 과거의 기술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접목시키려 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인터넷 기술을 제공하는데만 주력했다면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은 시청자들이 지켜보기만 하는 텔레비전과 달리, 이용자들이 직접 활용하고 상호작용을 벌이는 매체이다. 이베이처럼 이용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팔거나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인터넷 업체들이 번창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인터넷상의 교육사업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가령 피닉스 온라인대학은 지난 3년 동안 12만5,000명의 학생을 유치해 2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교육은 학생 또는 고객들과의 상호 교류라는 점에 있어 특히 적합한 부문이다. AOL은 기본적인 인터넷 사업에서는 높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월 사용료를 지불하는 가입자 수는 3,000만명에 달하며, 지난해 AOL 사업부분이 거둬들인 수수료 및 광고 수입이 87억달러, 세전 순익도 약 30억달러를 기록했다. AOL이 영화 등의 분야에 힘을 쏟는 대신 새로운 인터넷 기술 제공에만 주력했더라면 증시는 이 같은 성공에 좀 더 높은 가치를 부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AOL타임워너의 테두리에 묻혀 실패한 실험작으로 인식됨에 따라, 투자자들은 AOL에 대해 아무런 가치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케이블과 영화, 음악, 출판 사업 등을 취급하는 타임워너측 사업부문 역시 AOL과 합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비아콤이나 월트디즈니 등 AOL타임워너가 추구하는 규모의 인터넷 시너지 효과를 노리지 않는 기업들과 견줄만한 기업 가치를 누리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AOL 타임워너 주가가 지금처럼 떨어진 것은 경영진이 다시 한 번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오판(誤判)을 내렸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잘못을 시정할 여지는 남아 있다. 지난 18일 리처드 파슨즈 CEO는 회사의 각 사업부문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해 성공을 거둔다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시너지 효과를 포기하고, 각 부문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얘기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오락산업 애널리스트인 데이빗 밀러는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에게는 앞으로도 영화부터 텔레비전, 케이블 등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을 소유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과의 접목은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에게 독이 된다. 과거 디즈니사는 고닷컴 투자로 손실을 입었으며, 비방디 유니버설은 휴대폰 사업에 있어 인터넷에 엔터테인먼트를 연계시키려고 하다가 난관에 부딪쳤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외 분야에 있어 인터넷에는 분명 거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접속 인구는 미국에서만 약 1억3,000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일부 소수를 제외하면 아직도 인터넷 이용은 전화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쌍방향 케이블 등을 통한 브로드밴드망 설치는 케이블이나 전화사들이 직면한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인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들 업체가 비용 문제를 타개하거나 자본지출 부담을 완화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면 브로드밴드는 한층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서비스도 폭발적으로 확충될 것이다. 이미 아마존이나 야후 등 인터넷 업체들은 일시적인 붐에 좌우되는 단계를 지나 진지한 사업체로 안정된 자리를 잡았다. 요컨대, 인터넷은 유례없이 커다란 규모의 새로운 소비자 시장으로 인식돼야 한다. AOL을 비롯한 몇몇 업체들은 상상력의 부족으로 인해 이같은 비전에서 벗어나고 말았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지난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제임스 플래니건(LA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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