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자금이동 속도 빨라지고 주기도 짧아져

FRB 금리정책 속도조절 시사에 상품값 하락<br>상품시장 차익실현·헤지펀드 자금확보 나서<br>"거품 붕괴" 전망에 "일시적 숨고르기" 지적도


글로벌시장의 유동성 흐름이 빨라지면서 ‘붐-버스트(boom bust)’ 현상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04~2006년 미국 부동산시장, 지난해 10월 뉴욕 증시, 2007년 말 미국 국채시장, 2008년 초 국제상품시장의 버블이 형성되고 붕괴된 것은 수조달러의 글로벌 유동성 자금이 떼를 지어 유입되고 빠져나오며 생긴 현상이다. 글로벌 단일 시장이 만들어지고 파생상품이 확산되면서 붐-버스트의 진폭이 커지고 주기도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상품시장이 급락하고 달러가 바닥을 치고 급등하면서 이번에 글로벌 유동성이 달러 자산시장으로 몰려가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하는 투기자금이 상품시장에서 대거 이탈하면서 상품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상품시장에서 투기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상품시장에서는 더 이상 높은 수익을 올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으로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신용시장의 경색으로 ‘마진 콜(추가증거금 요구)’ 압력에 시달리는 일부 헤지펀드들이 자금확보를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하면서 상품가격 급락을 촉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품가격의 본격적인 하락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 직후 성명서에서 “상품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후 시작됐다. FRB가 인플레이션 징후에 대해 경고하며 향후 금리정책에 있어 속도를 조절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 결정타였다. 지난해 9월 이후 지속된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은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키고 글로벌 유동성이 상품시장으로 몰려들어 거품을 형성했다. 그러나 FRB가 앞으로는 기존과 다른 입장을 유지할 것임을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마켓워치는 “FRB의 성명서 내용이 투기세력들에 경고로 인식된 것 같다”며 “그동안 상품시장을 강세로 이끌었던 금리인하라는 모멘텀이 사라져버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용경색으로 자금시장의 돈줄이 막히자 헤지펀드 등 단기자금을 주로 운용하는 투기세력들이 원자재시장에 투자했던 돈을 한꺼번에 빼내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개장 전 시간 외 거래에서 배럴당 98.65달러까지 떨어져 100달러를 밑돌기도 했으며 이번주에 주간 단위로 6.3% 하락했다. 17일 장 중 1,034달러까지 치솟았던 금 가격 역시 하락세를 지속하며 920달러까지 떨어져 한주간 8.3% 급락했다. 레오나드 캐플런 프로스펙터애셋매니지먼트 회장은 “상품시장의 거품이 붕괴되고 있다”며 “신용경색으로 자금줄이 마른 헤지펀드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상품가격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되고 원유 등 상품가격의 하락세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이클 스미스 T&K 선물옵션 사장은 “달러 약세와 증시의 수익률 저조로 자금이 상품시장에 몰렸지만 신용위기가 지속되면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을 팔고 있다”며 “상품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미국 경제성장의 둔화가 상품시장에서 자금을 빠져나가게 만들고 있다”며 “이번 봄에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향해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한편에서는 상품시장의 거품 붕괴를 논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상품가격의 급락은 자금 확보를 위한 투기세력들의 움직임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인 숨 고르기로 장기적으로는 공급부족이 불가피한 원자재시장의 특성 때문에 상품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빌 오닐 로직어드바이저스 파트너는 “상품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상품시장의 투자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인 수급전망 등을 고려할 때 원자재 값 강세가 향후 1년에서 3년 정도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글로벌 신용경색이 악화할 경우 달러는 다시 약세로 돌아서고 상품가격을 치솟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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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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