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숫자로 보는 또 다른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숫자를 어려워한다. 이유가 뭘까. 단순 계산에서 산수를 거쳐 수학으로 이어지는 배움의 과정이 두렵고, 하기도 싫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어려운 현상이나 사실도 숫자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거나 누군가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달라진다. 우리 주변에서 예를 찾아보자. "류현진 선수가 잘 던진다"고 말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숫자인 방어율(9월1일 현재 3.18)을 근거로 제시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30위권 수준이라고 설명해보자. 류현진 선수가 선전하고 있음을 보다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숫자의 힘이다. 우리 일상에서도 숫자의 힘은 크다. 특히 비즈니스 현장에서 숫자의 힘이 크게 발휘된다.


지난해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싸이. 싸이의 뉴욕 공연 기획단계에서도 숫자는 중요하게 사용됐다. 싸이의 국내 소속사와 미국의 공연기획사는 출연료와 이익배분을 어떻게 할까. 이를 위해서는 언어적인 문제와 장벽을 넘어 양측의 명확하고 논리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공연 성과와 기여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요구된다. 이럴 때 숫자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공연 시장 성과를 숫자로 계량화하고 검증함으로써 양측의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처럼 숫자는 우리 일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와 활동을 객관적으로 표기하고 타당성과 적정성을 나타내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숫자는 어렵지만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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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는 숫자와 자주 접하고 숫자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표적인 직업인이다. 하지만 숫자를 좋아하고 잘 다룬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공인회계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단순히 숫자를 잘 다루는 공인회계사보다는 숫자 뒤에 숨은 뜻을 이해하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공인회계사가 경쟁력도 앞선다. 필자가 회계법인 대표로 재임할 때였다. 공인회계사는 창의력을 가진 컨설턴트를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에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숫자에만 얽매이지 말고 그 의미를 파악해 새로운 기준을 창조하라"고 격려하고는 했다. 또 시를 사랑해 공인회계사의 직무와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유경환 시인의 '낙산사 가는 길'을 소개하기도 했다.

'세상에 큰 저울 있어/저 못에 담긴 고요 달 수 있을까/산 하나 담긴 무게 달 수 있을까/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우리가 시의 행간에 숨은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듯이 공인회계사는 창의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숫자 속에 숨겨진 기업가치를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공인회계사에게 숫자가 중요하듯 우리 모두에게도 숫자는 큰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다. 숫자는 객관성을 갖고 명확하게 현상을 이해시키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숫자를 의미 있게 보면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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