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의 新人脈] 벤처업계, 대다수 '홀로서기'속 KAIST·서울대 출신 양대산맥 이뤄


KAIST 출신 '과기회'
이범천·이민화·장흥순 씨등 주축
국내 벤처기업 인맥 효시로 꼽아
끈끈한 조직문화로 후배육성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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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출신
김용훈·이용철·이재원 대표 등
전자계측공학과 출신 대거 포진
변대규-남민우 사장 '우정 돈독'
벤처기업가들은 재계ㆍ정계ㆍ법조계 등에 비해 인맥의 고리가 약한 편이다. 도전정신 하나로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자수성가형 기업인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인맥을 통한 사다리 타기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업체가 생기고 사라지는 업계의 특성상 세대교체도 워낙 자주 이뤄진다. 하지만 힘들었던 시기에 '눈물 젖은 빵'을 함께 먹으며 동질감을 키워온 최고경영자(CEO)들이 많다는 특징 때문에 인맥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KAISTㆍ서울대 등 일부 대학 출신 인사들이 업계 전반에 많이 퍼져 있어 자연스럽게 인맥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벤처 인맥의 시초, 과기회=지난 1971년 설립된 KAIST는 국내 첫 연구중심 이공계대학이다. KAIST 출신 기업가들은 1980년대 초 지식기반 창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국내에 벤처 생태계가 태동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학부를 다른 곳에서 마쳤더라도 석ㆍ박사과정을 KAIST에서 마치고 창업에 이른 벤처기업인들이 유독 많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설립 초기 석ㆍ박사급을 주축으로 한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했고 동문 벤처기업인들의 후원으로 건설된 동문창업관을 운영할 만큼 벤처 창업을 장려하는 독특한 학풍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의미에서 KAIST 출신 엔지니어들의 모임인 '과기회(科技會)'는 국내 벤처 인맥의 효시로 꼽힌다. 벤처 붐이 일기 전인 1980~1990년대 창업 전선에 뛰어든 과기회 출신 벤처기업가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낙후한 벤처환경 속에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과기회 출신 벤처기업가는 이범천 전 큐닉스컴퓨터 회장, 이민화 디지털병원 네트워크 이사장(전 메디슨 대표), 장흥순 서강대 교수(전 터보테크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이범천 전 회장과 이민화 이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하다 벤처를 세웠다는 행보도 닮았다. 또한 이민화 이사장과 장흥순 교수는 1980년대 중반 박송배 KAIST 전기과 교수가 운영하는 초음파진단기연구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벤처 창업의 꿈을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기회 회원들은 1995년 벤처기업협회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벤처업계 결속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창업과 동시에 부채를 떠안는 기존 자본조달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코스닥시장과 모태펀드 설립 등 벤처 자본시장 탄생의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벤처기업협회 설립과 동시에 잠시 명맥이 끊어졌던 과기회도 2001년 재창립총회를 열고 새로운 2세대 벤처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김광태 퓨처시스템 대표, 정광춘 잉크테크 대표, 차기철 바이오스페이스 대표 등이 역대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100여개사의 대표가 한 달에 한번가량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요 회원으로는 김후식 뷰웍스 대표,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 박상인 새로텍 대표, 은탁 마이크로인스펙션 대표 등이 있다. 또 차기철 바이오스페이스 대표와 은탁 마이크로인스펙션 대표는 연세대ㆍKAIST에서 학ㆍ석사를 함께 마친 인연을 바탕으로 서로 상대방 회사의 감사를 맡기도 했다. KAIST 출신 벤처기업인들은 그들만의 끈끈한 조직문화로 후배들을 키우는 데 앞장서왔다. 2001년 문을 연 KAIST 동문창업관은 이민화 이사장, 장흥순 교수, 김광태 퓨처시스템 대표 등 1세대 벤처 동문들이 기부한 50억원의 재원으로 세워졌다. 또한 2세대 과기회 회원들 역시 차기철 회장 취임 뒤 재학생들과 정기모임을 열고 창업을 전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 벤처 학맥의 또 다른 축=KAIST와 함께 벤처업계의 최대 학맥을 이루는 곳은 서울대다. 서울대의 경우 특히 전자 및 기계ㆍ컴퓨터 등 이공계 분야 전공 출신 CEO는 물론 경영학과 등 문과대 출신의 벤처기업인이 다수 있다. 서울대 출신 벤처기업인들 역시 1995년 벤처기업협회 창립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현재 벤처기업협회의 임원사 명단만 보더라도 이선주 인피니트헬스케어 대표, 장준근 나노엔텍 대표, 김진범 팅크웨어 대표, 박태형 인포뱅크 대표,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대표,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 변대규 휴맥스 대표 등이 포진하고 있다. 다만 서울대 출신들은 KAIST 출신들과 달리 예전부터 별도의 모임을 구성하지 않고 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 출신 CEO들은 외부에 학벌을 형성하는 듯 보이는 행동을 경계하는 편"이라며 "인하대 등 주요 벤처기업인을 배출한 다른 학교보다 결속력은 약한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같은 전공자들끼리는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서울대 전자계측공학과의 경우 2008년 정년퇴임한 권욱현 서울대 전자계측공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실 출신들이 모두 국내를 대표하는 벤처기업인들로 성장했다. 지난해 1세대 벤처기업 중 최초로 연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축포를 터뜨린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이 전기계측공학과 라인이다. 그 외 김용훈 파인디지털 대표와 김덕우 전 우리기술 사장, 이용철 토필드 대표,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권 명예교수는 "제자 120명 중 40명이 벤처를 창업했다"며 "과거 미국에서 실리콘벨리의 창업 열기를 직접 경험한 후 제자들에게 창업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마다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만나며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직접적인 학맥을 떠나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는 서울대 출신 CEO도 많다. 변대규 사장과 남민우 다산네트워크 사장이 대표적이다. 기계공학과 80학번인 남민우 사장과 변대규 사장은 벤처기업 1세대 이후 협회 설립, 초기 벤처기업 기틀 마련 등 한국 벤처기업사의 주요 현장을 함께하며 우정을 다져온 케이스다. 특히 다산네트워크가 경기도 분당에 2006년 건립한 휴맥스빌리지 6층에 입주하면서 이들은 현재 같은 건물에 둥지를 튼 이웃사촌이 됐다. 특히 변대규 사장과 남민우 사장은 인하대 출신인 황철주 벤처기업협회 회장(주성엔지니어링 대표)과 함께 바람직한 벤처 생태계 조성과 후진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 3월 출범한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은 황철주 회장과 남민우 사장이 각각 20억원과 10억원을 출자해 재단 초대 이사장과 이사를 맡았으며 변대규 사장도 재단 출범식 등 다양한 활동을 거들며 든든한 후원군을 자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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