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에 치킨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선 청년은 가슴 속에 '성공'이라는 꿈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 시선은 차가웠다. 20대 젊은 나이와 전라도라는 지역색, 프랜차이즈 사업을 폄하하는 분위기 등의 악조건을 지닌 탓이다. '사기꾼'이라고 매도당하기도 일쑤였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자랑스러운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가 되자"는 청년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특히 1998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옛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창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청년의 꿈은 "프랜차이즈를 국내 대표 산업으로 키운다"로 커졌다. 어느덧 20대 젊은이에서 중년으로 접어든 조동민(53·사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선봉에 서서 프랜차이즈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대담=홍준석 생활산업부장 jshong@sed.co.kr
지난 10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조 회장은 "K팝과 푸드 등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기회를 지렛대 삼아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활동영역을 세계 무대로 넓혀야 한다"며 이른바 '광개토대왕론'을 펼쳤다. 광개토대왕론이란 고구려 19대 왕인 광개토대왕이 서로는 랴오허, 북으로는 카이위안과 융안, 동으로는 훈춘, 남으로는 임진강 유역까지 영토를 확장했듯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활동무대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조 회장의 지론. 과거 동네 가게라고 평가절하됐던 프랜차이즈 산업이 국내 산업의 한 축으로 우뚝 선 만큼 앞으로는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글로벌화라는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회장은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치맥(치킨+맥주) 열풍이 중국 대륙을 강타하면서 치킨 사업에 관심이 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의 경우 자영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규제마저 발목을 잡는 등 성장이 제한돼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또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가장 유망 지역으로 꼽은 그는 "브루나이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5개국도 새로운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9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수장이 된 조 회장이 '아시아 프랜차이즈 종주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가장 먼저 눈을 돌린 부문은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일이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우 임직원이 200명 이상이면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으로 분류돼 지원을 받지 못했다. 특히 중소기업청에서 규제 등 모든 부문을 관리하다 보니 지원이 프랜차이즈 본부가 아닌 자영업자 위주로 이뤄졌다. 이에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이사회를 거쳐 올 2월 총회에서 자산양도 등 법률적 과정을 마치는 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를 중소기업청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로 이관했다. 하나의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기존 한국프랜차이즈협회란 이름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로 바꾸고 서울 서초동에 새로 둥지를 트는 등 변화도 꾀했다. 여기에 정부로부터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을 위해 쓸 수 있는 30억원의 예산도 처음으로 확보했다.
산업통상자원부란 든든한 우산에 실탄까지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 회장의 눈길은 이제 세계를 향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우량 프랜차이즈 기업들을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글로벌 플레이어로 육성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실제 요즘 협회에는 한국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다는 해외 문의가 쏟아질 정도로 한류 바람이 거세다. 그는 "지금이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세계 무대로 뛰어들 '바이코리아 프랜차이즈'의 적기"라며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돕기 위한 마스터 표준계약서 제정이 대표적인 예로 이달 말까지 개발을 완료해 보급에 나설 예정이다. 또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통계청과 손잡고 프랜차이즈산업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프랜차이즈 창·폐업 현황을 파악해 창업기상도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한다.
희망 진출 국가의 시장 및 고객 분석 등 조사 비용을 제공하는 해외진출 타당성 조사지원의 경우 지난 1월 9개 기업을 선정, 4억원을 지원했으며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일본 등 6개국의 정보를 알려주는 프랜차이즈 맞춤형 종합컨설팅도 이달 말까지 홈페이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3월 일본에 최고경영자(CEO) 교류단이 방문하고 이달 중 필리핀 현지에서 9개 기업이 참가하는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해외투자 협력 강화를 위한 투자 조사단 및 사절단 파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프랜차이즈 맞춤형 종합정보 지원 △해외경영 전문 인력 양성 세미나 △해외 파트너 투자 네트워크 구축 △세계 프랜차이즈 CEO 민간 교류 △세계 프랜차이즈 협회와 정기 교류 △해외 전시·박람회 참가지원 △해외 투자자 초청 상담회 등도 시행하고 있다.
조 회장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도전할 때 가장 당황하는 부분이 현지 제도와 규제"라며 "현재 국내와는 다른 국가별 제도적 특성에 맞춰 마스터 표준 계약서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더스 비전과 창업전략연구소, 과천대 등 외부 교육기관과 손잡고 1월부터 해외경영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해외진출 성공·실패 사례집도 다음달 발간하고 프랜차이즈 기업 CEO로 구성된 교류단도 곧 중국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4~5년 전만 해도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 기업의 성공률이 10%도 안 됐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협회 차원에서 지원은 물론 정부에서도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해외 무대에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제대로 자라듯 국내 사업 기반을 건실하게 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조 회장의 생각으로 현재 협회는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프랜차이즈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프랜차이즈진흥법의 골자는 자격이 없는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프랜차이즈 인증 도입과 윤리준수 프로그램 마련이다. 또 프랜차이즈 본부가 부도 등 위기에 봉착할 경우 가입 기업에 한해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제조합 설립도 담고 있다.
조 회장은 마지막으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외식 등의 프랜차이즈를 중소기업 범위에 한정시키는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며 "프랜차이즈협회 소속 기업의 70%가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일본과 달리 국내는 프랜차이즈 상장회사가 제로(0)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100세 시대를 맞아 프랜차이즈 중심의 창업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재조명은 물론 높아진 위상에 맞춘 인식변화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더해져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다수의 국가대표 프랜차이즈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e 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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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랜차이즈 산증인' 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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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