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절약하는 손/문동신 농어촌진흥공사사장(로터리)

늦은 하오의 결혼식임에도 예외없이 갖가지 음식이 차려진 피로연이 뒤따르고, 점심을 먹고 온 하객들은 음식의 반 이상을 남기고 그것은 그대로 버려져서 신성해야 할 결혼식 축하연장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곳이 되고 있다. 또한 행락철을 맞아 관광객들이 버린 음식물이 산과 들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서울 근처의 고속도로 휴게실은 여행자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지난해 무역수지적자 2백억달러, 외채 1천억달러가 우리 경제의 현주소이며 식량자급률이 해마다 떨어져 우리가 먹는 음식물 중 반의 반밖에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돈이 한해에 무려 8조원에 이른다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세계 도처에서 수많은 사람이 기아로 죽어가고 우리와 같은 민족이 사는 북녘땅에서도 수많은 아사자가 생겨나고 있다는 보도로 미루어 우리의 음식문화를 되짚어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월드워치 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그의 신간인 「식량대란」에서 『앞으로 세계는 식량잉여의 시대가 끝나고 식량부족의 시대가 도래해 인류는 생물학적 멸망의 가능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그러한 상황은 6천5백만년 전 공룡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멸망시킨 파국과 맞먹는 일이 될 것』이라고 식량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세계에는 매년 9천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새로 태어나지만 그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식량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식량자원을 아끼고 나누는 것만이 우리앞에 닥쳐온 식량난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요즈음 대학, 기업체들이 구내식당에서 「잔반 제로화」운동을 벌이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후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계도로 학생과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하여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밥상에서 쌀 한톨만 버려도 벼락을 맞는다고 할 정도로 음식물을 소중히 여기고 식량을 생산해준 농부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그때의 정신을 본받아 절약하는 정신과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 운동」의 일환으로 알뜰매장인 녹색가게가 늘어가듯이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가고 절약하는 손이 아름다운 시대가 다시 왔다. 우리의 음식문화도 여기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민족과 자연환경이 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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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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