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SK글로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틀간 봇물처럼 이어진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사태는 일단 진정됐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약세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날 주식시장이 보합세로 마감됐지만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수익률도 환매영향으로 계속 급등세를 이어갔다. 원ㆍ달러 환율 급등세도 무디스의 신용등급 유지 소식에 힘입어 다소 진정됐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힘겨운 상황이다.
◇증시 상승세 반전 어려워=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이 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들었지만 관련 업종에는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관련 종목에 대한 위험회피성 매매를 이어가고 있다. SK 관련주들의 급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12일에는 주거래은행과 채권은행 등 은행업종이 크게 떨어진 데 이어 13일에는 증권업종까지 불똥이 튀면서 동반하락했다.
전문가들은 14일에는 기관의 매물공세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상당수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급한 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3일까지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SK글로벌도 1~2일 뒤에는 연속 하한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준혁 굿모닝증권 애널리스트는 “12일부터 이틀 동안 기관이 매도한 물량은 모두 4,000억원에 달해 14일에도 추가물량이 나온다면 급한 매물은 대부분 시장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관 매물공세가 완화돼 `SK 충격`이 약화돼도 이라크전쟁과 북핵 변수, 미국증시 하락 가능성 등 악재가 많아 상승세로 반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채권시장=전일 쇄도하던 SK글로벌 편입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에 대한 환매요청이 13일 크게 줄어들면서 외견상 진정기미를 보였지만 당분간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과 금융감독당국 및 투신권의 환매자제 요청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환매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무작정 환매를 자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환매사태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투신사의 환매요청액을 잠정 집계한 결과 전일 5조원에 비해서는 상당폭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반강제에 가까운 환매억제 요청 때문으로 효과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날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에 기관들의 환매요청이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그동안 잠잠하던 개인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져 향후 환매사태가 재연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의 요청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이 환매를 자제했지만 오래 가기 힘들 것”이라며 “규모는 작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환매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원화환율, 무디스 신용등급 유지에 힘입어 급등세 꺾여=무디스의 신용등급 유지 발표에 힘입어 원ㆍ달러 환율 급등세가 한풀 꺾였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개장과 함께 전일에 이어 큰 폭의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환율급등에 대한 경계매물이 쏟아진데다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원화환율은 전일보다 60전 오른 1245원60전으로 마감했다.
원화환율이 이날 급등세에서 벗어난 것은 무엇보다도 무디스의 신용등급 유지가 크게 작용한데다 정부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크게 작용했다.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기는 했지만 북핵 문제 등이 국가위험 상승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당분간 환율이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또 다른 딜러는 “당분간 원화환율은 상승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달러당 1,250원선이 강력한 지지선으로 확인될 경우 기업 외화예금과 기업의 수출대금 물량이 앞당겨 쏟아지면서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영훈,한기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