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술확보 中기업 "이젠 한국업체 필요없다"

■ '메이드 인 차이나'의 역습<br>저가 이미지도 탈피…국내업체 생존위협 단계까지<br>"2015년 기술 격차 없거나 일부는 뒤처질것" 전망


“국내 업체가 중국 진출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기술제휴 등을 통해 시장개척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이것이 기술 부메랑이 돼 우리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중소 가전업체 한 관계자)” “최근 고객사인 중국 현지업체로부터 물량공급을 중단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직접 모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것 같다.(중소 선풍기 제조업체 관계자)” 일선 생산현장에서 전하는 중국산 제품 위력은 우리 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기술력이 한층 가미된 중국산 제품은 이미 ‘저가’ 이미지에서 탈피,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한국 기업ㆍ산업을 점점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기술 부메랑, 한국업체 필요 없다=우리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업체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1만9,525개다. 하지만 중국 정부 통계로는 4만개 이상이다. 진출 당시 중국 시장 선점을 이유로 기술이전ㆍ합작 등 여러 형태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 진출 붐이 우리의 목을 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가전업체 등 우리 중저가제품 생산기업들은 당시 중국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현지화를 통해 시장개척에 나섰고 중국 업체가 기술축적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전업체 등을 중심으로 현지 중국기업으로부터 버림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자체 기술력을 확보한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 기업이 필요 없게 된 셈이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경영난 악화로 연결되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 철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한 중소 소형에어컨 생산업체 사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고객사였던 중국 업체가 지난해부터 자체 제품을 생산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며 “최근에는 국내 기술인력을 대거 영입하면서 무시 못할 경쟁사로 부각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 가전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하나둘 진출하면서 우리 기업은 중국 현지뿐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위협받고 있다. ◇중국의 무서운 질주, 위협받는 한국=중저가 가전제품의 경우 일선 현장에서는 느끼는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우리 제품의 90%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 예로 국내에서 시판되는 자전거는 거의 중국산이다. 그런데 우리 소비자들은 아무런 불편 없이 좋은 제품으로 쓰고 있다”며 “이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력 격차 축소는 최근 발표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의 ‘한중 산업 및 기술경쟁력’ 자료를 보면 지난 2006년 현재 기술력 격차가 1~2년에 불과한 품목이 적지않다. 한 예로 디지털 가전의 셋톱박스는 2006년 한중간 기술력 격차가 1.5년에 불과했다. 광부품 중 트랜스시버는 1년, 환경산업에 쓰이는 탈황용 열교환기는 중국이 이미 우리 기술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경쟁력도 중국은 이미 우리 목전에 도달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15년에는 오히려 우리가 중국을 추격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한국산업기술재단의 한 관계자는 “2015년이 되면 한중간 기술 경쟁력은 거의 차이가 없거나 우리가 오히려 뒤처진 분야가 더 늘어난다”며 “한 예로 공작기계인 프레스는 2006년 말 현재 격차가 12년이나 2015년에는 2년으로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밀려드는 한국산 수입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중국은 빈번히 우리 제품에 반덤핑 관세 등을 부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세가 역전됐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 우리가 무역구제에 나선 것은 총 8건. 반면 중국은 우리 제품에 대해 고작 1건에만 반덤핑 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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