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폐막한 주요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국내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9일부터 인천공항과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 워커힐 호텔에서 마주친 그들은 한국의 CEO들과 상당히 달랐다.
우선 친절하고 사교성이 뛰어났다. 디틀레프 엥엘 베스타스 회장, 세사르 이수엘 CEO 등은 길고 지루한 비행에도 불구하고 기자와 눈을 맞추며 질문에 답했다. 단순히 기계적인 응답도 아니라 성의가 담긴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국내 CEO들이 기자들을 멀리하는 것과 달리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워커힐의 CEO들은 비즈니스 서밋 중 쉬는 시간에 우르르 로비로 몰려나와 차를 마시며 서로 안면을 텄다. 행사장을 오가는 중에서도 서로 웃으며 담소하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외국 CEO들은 또 소탈했다. 세계적인 기업 CEO들인 만큼 다소 권위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프랑스 에너지관리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장파스칼 트리쿠아 CEO는 비즈니스 서밋의 CEO인터뷰 도중 옆자리의 부하직원 때문에 말이 끊겼다. 부하직원이 "통역사를 배려해달라"며 제지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트리쿠아 CEO는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우리나라 CEO의 공개인터뷰에서 이런 풍경은 보기 드물다.
물론 사교성ㆍ인간성만으로 기업인들을 평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또 서양 기업인들의 경우 우리와 다른 문화 속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우리 기업인들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제적인 행사장에서 혼자 과묵하게 겉도는 국내 CEO들을 보면서 다소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들이 외쳐온 세계화와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 정말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G20 의장국이면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듯했다. G20 개최국이라는 사실만으로 뿌듯해하기보다는 앞으로 좀 더 내실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