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을 사바나에서 가장 빠른 치타에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서 그들의 사업모델은 치타보다는 공룡에 가깝다"(포춘 11월호) 월가의 황제로 군림해온 골드만삭스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진행되고 있는 금융개혁으로 인해 수익창출 여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또 최근 연방수사국(FBI)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내부자거래 수사에서도 골드만삭스는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주택담보부증권(CDO)의 사기혐의와 관련, 월가 금융회사로서는 사상최대치인 5억5,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데 이어 나온 이번 스캔들은 골드만삭스의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확실하게 각인 시킬 것으로 보인다. ◇경고음 켜진 수익= 골드만삭스는 자타가 공인하는'돈 버는 기계'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122억 달러의 수익을 올려 88억 달러의 JP모건을 압도했다. 적자를 낸 씨티그룹이나 뱅크오브 아메리카(BOA)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위기를 넘기고 과감한 자기자본 투자 등을 통해 경쟁상대가 없는 독주체제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지난 3ㆍ4분기 순이익은 19억 달러(주당 2.9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억9,000만 달러에 비해 40% 줄었다. ROE(자기자본 이익률)은 11.2%로 목표치인 20%에 크게 미달했다. 채권, 외환, 상품 트레이딩의 매출은 37%나 줄었다. 특히 트레이딩 부문은 지난해 골드만삭스의 매출의 7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규제강화로 인해 큰 제약을 받고 있다. 다른 경쟁사의 트레이딩 비중은 모건스탠리의 27.4%, JP모건의 19.8%에 그칠 정도로 낮은 편이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중요한 시장에서 경제상황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개혁으로 인해 골드만삭스의 수익창출 창구였던 자기자본 거래나 트레이딩 부문이 한계를 맞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피터 너비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규제강화는 적은 위험에 적은 수익을 의미한다"며 "아무리 골드만삭스라고 하더라도 더 이상 20%의 ROE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이미지= 지금 월가를 긴장시키고 있는 초대형 내부자거래 수사에서도 골드만삭스가 대형 헤지펀드인 SAC캐피털어드바이저와 함께 유력한 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일부 직원들이 특정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인수합병(M&A) 정보를 흘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객들에게 파생상품을 팔면서 반대 포지션을 취했다는 사실을 숨겨 사기혐의로 피소돼 금융당국에 5억5,000만 달러의 벌금을 낸 바 있다. 또 금융위기를 조사하는 의회 조사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검토가 불가능한 수준인 5테라바이트 (25억페이지 분량)의 디지털화된 자료를 넘겨 의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골드만삭스의 '악행'사회적 여론도 곱지 않다. 지난 여름 CNN머니가 선정한 꼴불견 기업 1위 오른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탈출구는 신흥시장?= 블랭크페인은 이달 중순 BOA 주최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이머징 마켓에서의 성장이 회사의 미래수익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골드만삭스는 사업을 추가하는 대신 이머징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해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2003년 이후 중국, 인디아,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시장의 인력을 연평균 33%씩 늘려왔다. 그는 "경험적으로 볼 때 신흥시장의 성장에는 많은 굴곡이 있을 것"이라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신흥시장에 대한 인력투자를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확대의 결과로 올해 처음으로 경쟁사인 모건스탠리를 누르고 아시아 최대 주식발행 주간사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 진행된 인사에서도 신흥시장 중시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파트너 110명, 이사 321명을 승진시키는 대대적인 인사를 발표했다. 특히 파트너는 3만5,000여명의 직원 가운데 370명 안팎으로 회사의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는 최고의 자리다. 올해 새로 선임된 파트너 가운데 45%는 미국에서, 29%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서, 26%가 아시아에서 발탁됐다. 블랭크페인은 뉴욕이나 유럽에서도 규제환경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펀드사업 강화를 통해 새로운 이윤을 창출할 수 있으며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지면 기술적으로 뛰어난 회사에 더욱 많은 이점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