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수익성이 1년 사이로 곤두박질 쳐 충무로에서는 구조적 위기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심각하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 제작된 한국영화는 1편당 평균 5억6,000만원씩, 수익률로는 마이너스 17%, 전체적으로 경상비까지 합치면 총 500억원의 적자를 봤다. 편당 4억5,400만원의 흑자를 올리고 수익률이 18%에 달했던 2001년과 비하면 형편없이 방만한 경영을 했다는 결론이다.
불과 1년 사이에 수익률이 손실률로 뒤집히는 상황의 요즘 한국영화 관계자들과 관객들은 과연 2003년 한국영화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제작비 적게 들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코미디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올해 전체 라인업을 보면 코미디가 전체 작품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강세다. 지난해 흥행순위 1위 `가문의 영광`도 코미디다. 평균 제작 5편중 2편이 코미디다. 이제 코미디는 한국영화의 경쟁력으로까지 떠올랐다. `조폭마누라` `엽기적인 그녀`등 할리우드에 시나리오가 팔린 영화는 코미디 일색이었다. 아이디어가 새롭다는 것이다.
문제는 웃음의 깊이와 종류다. 소재의 다양성확보도 과제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올해 찾아올 코미디는 로맨틱요소부터 SF적 장르까지 아우르는 복합 장르적 성격이 강한 편이다. 여기에 완성도까지 이뤄지면 한국영화의 수익률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관객은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이건 액션이건 상관없이 탄탄한 드라마와 색깔있는 캐릭터, 감독의 주제의식,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상상력이 한편의 영화속에 완성도있게 보여질 것을 기대한다. 올해에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많은 영화가 나와 영화의 흥행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흥행이 되야 꼭 좋은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영화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만큼 관객동원에도 성공해야 한다. 특히 2003년 한국영화가 더욱 중요한 것은 잘 만든 작품이 관객동원에서 성공해야 이후 더 완성도 높고 재밌는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영화 내수시장은 엄청난 손실을 봤지만 해외수출은 1,500만달러를 넘겼다. 전년도에 비해 33.4%가 늘어난 것이다. 국제영화제 초청도 매년 두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한국영화는 현재 문화상품 수출의 대표품목이다. 우리 고유성을 새로운 영화문법으로 담아내 국내외서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만만찮음을 보여야 할 때다.
<박연우(사회문화부 차장)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