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눈가림 긴축예산(사설)

정부가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은 긴축도 팽창도 아니다. 겉모양은 긴축이나 실제로는 팽창예산이다.외형상으로는 긴축예산같이 보인다. 예산증가율이 6%에 미치지 못하는 5.8%다. 올해 증가율 13.4%의 절반도 안된다. 90년대들어 처음 한자릿수이자 지난 84년 5.3%증가율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방위비·인건비도 올해보다 크게 줄었다. 방위비 증가율이 문민정부들어 가장 낮은 6.2%로 올해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직성 경비의 핵심인 공무원 봉급 증가율도 3%로 올해 절반수준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긴축의 틀을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방만한 재정은 아니라해도 긴축이 아님을 읽을 수 있다. 신한국당의 요구를 받아 들이면서 편법을 동원한 눈가림이 숨겨져 있다. 정부는 당초 경기침체로 세수확보가 불투명해 5%증가의 긴축예산을 편성하려 했다. 그러기위해 농어촌 구조개선과 교육투자비를 대폭 삭감하려 했으나 끝내 신한국당의 주장에 밀려 긴축의지를 관철하지 못했다. 대선득표와 관계가 깊은 관변단체 지원액도 50∼1백% 늘렸다. 선거 선심성 예산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올해 세수차질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증가율이 4%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처럼 선심을 쓰다보니 부담은 국민 호주머니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교통세, 교육세등 탄력세율을 올리고 교육 지방채도 발행, 모자라는 재원을 충당키로 한 것이다. 이러고도 예산 증가율을 긴축으로 보이게 낮출 수 있었던 것은 눈속임 편법 때문이다. 성업공사의 부실채권 정리기금으로 예산에서 지원키로 한 5천억원을 산업은행 출자로 전환하고 그 대신 산업은행에는 정부가 현물출자키로 했다. 현물출자는 예산에 잡히지 않는다. 또 추곡수매에서도 수매량을 늘리면서 수매가와 시가의 차액만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농어촌예산 균형을 맞췄다. 이같은 편법으로 실제 예산증가율이 6.5%가 넘을 것을 6%이내로 줄인 것이다. 모양새만 긴축이지 당초 의지와는 달리 신한국당의 요구를 거의 들어준 셈이다. 신한국당의 목소리가 잠잠해진 꿍꿍이속을 알만 하다. 국민들은 정부가 허리띠 졸라매기에 솔선을 보여 줄 것을 기대했다. 정부는 민간에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원도 요구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부 스스로는 구조조정을 회피하려 한다. 작은 정부는 오히려 큰 정부가 되었다. 공기업 민영화는 물건너 갔다. 공무원 봉급 인상률 3% 가지고 긴축이라고 생색낼 거리도 못된다. 공무원수를 늘리지 않았다면 더 올려도 문제될 것 없다. 정치 논리도 차단하지 못했다. 오히려 편법의 전례를 남겼다. 정부가 못한 원칙이 국회에서 되살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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