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14·끝/호 시드니 차대리점(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한국 차 자존심/호주에 뿌리 내린다/세련된 디자인·높은 실용성에 “믿을만하다”/판매망 거미줄 연결… 주문 연 1만대씩 신장/유럽·일사 바짝 긴장… 값인하 등 뒤늦은 추격오스트레일리아(호주), 우리에게 캥거루,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로 익숙한 나라다. 광활한 국토를 가진 오스트레일리아의 관문인 시드니공항을 왕래하는 자동차물결 속에서 쉽게 현대자동차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승용차 총판매대수 49만2천58대 가운데 현대차는 4만8천8백71대가 나갔다. 이 곳에서 판매되는 차종은 엑센트와 아반떼, 티뷰론, 쏘나타. 승용차 10대 중 한 대 꼴로 현대차가 팔렸다는 얘기다. 포드, GM, 도요타에 이어 현지판매순위 4위를 달리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된 승용차를 제외하고 관세를 내며 순수하게 외국서 수입된 승용차를 기준으로 할 때 21.52%의 점유율로 수입차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GM, 포드가 1925년에 현지에 진출해 조립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일본 도요타, 미쓰비시가 60년대말부터 현지생산에 들어가 있는 불리한 상황에서 쟁쟁한 외국메이커와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의 판매는 괄목할 만한 것이다. 70년간의 격차를 몇년만에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올해 호주에서의 판매목표는 6만대. 현대자동차는 올해 완성차 수출목표 61만대 가운데 10%를 호주 전국의 도로에 질주시킨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에 있어 호주는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13만대 목표) 다음으로 큰 수출시장으로 확고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더구나 현대는 미국과 달리 현지에 본사직원을 대거 파견하거나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현지지사를 설립하지도 않았다. 현대차는 왜 호주인들로부터 이같은 인기가도를 질주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대해 CK 류 현대자동차호주대리점사장은 『우선 현대차는 품질은 일본차와 비슷한 반면 디자인이 현대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모던한 디자인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얘기다. CK 류사장은 『호주인들은 워낙 실용성을 강조한다. 현대차는 현지인들에게 밸류 포 머니(가격대비가치)가 높은 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현지실정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기법을 개발하고 우수한 판매상(딜러)을 개발한 것도 주효했다.』 홍기영현대자동차 해외사업본부이사의 설명이다. 특히 우수한 딜러를 선정한 것은 현대에게 있어서 행운이었다. 현대는 94년 호주 자동차협회에서 2백70개 딜러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동차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철저하게 딜러관리를 해오고 있다. 딜러의 금융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리점이 재고창고를 운영, 재고부담을 대리점이 떠안도록 했다. 딜러에게는 일본차나 유럽차, 미국차보다 많은 이윤을 보장하고 현지에서 재력이 강하고 영향력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딜러를 선정하고 있다. 이같은 1백38개 정예딜러로 북쪽 다윈에서 사막지대 엘리스 스프링스까지 구석구석에 걸쳐 거미줄과 같은 판매망을 구축했다. 인구 1천8백만명에 농업과 목축, 광업이 주요산업인 전원국가로 과거 영국식민지였던 불행한 과거를 지닌 나라. 그러나 이민을 권장하고 있어 미국, 서유럽 등 서양인은 물론 동양인들이 몰려들어 동·서양이 혼재하고 있다. 기후는 건조하나 기후변화가 없어 연간 섭씨 18∼25도 정도를 유지하는 살기좋은 국가가 호주다. 자동차 보유대수는 총 1천만대 정도로 2명당 1명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으나 자동차 수요가 연간 60만대 정도인 비교적 작은 시장이다. 그러나 이곳 국민들의 국민성이 검소해 차량을 사면 통상 10년은 굴린다. 특히 고객들의 요구가 까다롭고 환경단체의 감시도 심하다. 더구나 27.7%라는 높은 관세율을 자동차에 매기고 있는데다 일본차에 대한 수입규제가 없어 일본·미국·유럽차와 동등한 입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자유경쟁시장이다. 소비성향이 극히 보수적이어서 후발 진입업체가 갖는 불리함도 크다. 한마디로 까다로운 시장이다. 『한국제일의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도 주효했다』고 류사장은 강조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 전자제품, 반도체까지 제작하는 현대그룹에 대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 판매확대로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고객의 35%정도가 새로운 고객을 발굴해 소개해주고 있다.『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의외로 빨리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91년 1만4백16대 ▲93년 1만6천9백66대 ▲95년 3만4천9백1대 ▲96년 4만8천8백71대의 판매고에서 보듯이 현대차는 현지인들로부터 사랑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매년 1만대씩 판매가 늘어났다. 현대의 이같은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발판으로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도 뒤이어 현지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대수준은 못된다. 기아는 지난해 1만5천2백76대, 대우는 1만2천9백60대를 판매했다. 물론 걸림돌도 만만찮다. 일본자동차 메이커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주요모델의 가격을 지난해 평균 2천달러씩 인하하고 광고공세를 퍼붓고 있다. 미국, 유럽업체들의 견제도 만만찮다. 일본에 이어 최근 가격인하공세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같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올 1월 지난해 같은기간의 3천6백53대보다 2천여대가 늘어난 5천2백36대를 팔아 올해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호주에서 서둘러 질주하지는 않고 있다. 현지메이커가 없어 수입차에 대한 국민반감이 약해 상호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유럽과 달리 공정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호주시장의 특성상 제대로 된 제품과 성실한 기업이미지만 구축하면 큰 기복없이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22.5%에 달하는 승용차에 대한 관세가 매년 2.5%씩 인하돼 2000년에는 15%로 낮아진다. 그러나 현대는 요즘 호주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자동차메이커라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는다. 올해를 연간 10만대 판매체제로 구축, 도약하기 위한 원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80년대 미국실패를 교훈으로 탄탄한 이미지를 구축, 호주는 해외수출시장의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최한영 태평양지역 팀장)는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형시장은 쏘나타로 막고 준중형차와 소형차로 틈새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현대는 최근 엑센트·아반떼로 형성된 주력차종을 쏘나타급의 중형차로 옮기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판매확대를 계기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보겠다』(최팀장)는 것이다. 현대는 호주를 제2의 미국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부푼 꿈을 실현하는데 매진하고 있다.<시드니(호주)=정승량> ◎인터뷰/C.K 류 호주차대리점 사장/“현지고객들에 신뢰감쌓기 가장 중점… 완벽한 애프터서비스 최선” 『현대차 좋다.』 C.K 류 현대자동차 호주대리점 사장은 『현대자동차에 대한 현지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디자인이 현대적이고 품질은 선진국수준이지만 가격경쟁력이 있어 「밸류 포 머니」를 중시하는 호주인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차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말레이시아계인 그는 현대자동차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혜택을 본 가장 큰 수혜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다국적 자동차유통회사인 인치케이프에서 일하다 10년전 호주로 이민을 왔다는 류사장이 현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5년전 현대자동차 호주대리점에 판매담당이사로 영입되면서부터다. 그는 현대자동차가 현지에서 폭발적으로 팔려나가면서 2년반만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현대차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호주에서는 특히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가장 중요하며 고객들에게 안전하고 내구성있는 차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 앞으로 한국차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현대차의 성공비결은 뭐라고 보는가. ▲현대가 자동차외에도 전자, 선박 등을 거느린 한국최대 기업이며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처음에 잘못하면 나중에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자세로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고객신뢰확보를 최우선정책으로 내세운 점도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차에 대한 현지 반응은. ▲현대차는 가격에 비해 품질도 우수하고 디자인도 세련돼있다. 특히 검소한 가치를 중시하는 현지인에게 「가격대비 높은 가치가 있는 차」로 인식돼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자동차 전문조사기관인 JD 파워사로부터 가장 갖고 싶은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호주대리점를 소개하면. ▲싱가포르계 다국적 자동차 유통회사다. 우리는 싱가포르에서도 현대자동차를 팔고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벤츠, 마쓰다, 포드 등을 판매하고 있다. 89년부터 현대와 인연을 맺어 첫 해 8천9백대를 시작으로 매년 40%씩 판매량을 늘려왔다. ­현대를 포함해 한국차가 현지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는. ▲국가와 기업이미지를 높이는데는 일단 성공했다. 굳이 얘기하자면 중장기적으로 안전하고 내구성있는 차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한다. 첫 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주국민은 근검절약이 몸에 뱄다. 신뢰감을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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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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