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다. 이로써 1차 정상회담 이후 7년 2개월 만에 남북한 정상이 자리를 함께 하게 됐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9ㆍ19 공동성명 및 2ㆍ13 합의가 실천단계로 이행되는 시기에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양 정상이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함으로써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가 확대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양 정상 간 평양회담을 공식 발표하면서 “북남 수뇌부의 상봉은 역사적인 6ㆍ15 북남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기초해 북남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켜 조선반도의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 우리가 해야 할 과업은 자명하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한 간 ‘상생의 정치’를 이끌어 내고 미래의 후손을 위해 통일의 기초를 닦는 일이다. 이를 위해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반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순리와 인내로 풀어가는 슬기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몇 가지 사안들을 짚어보기로 한다. 우선, 남북한 정상은 ‘민족발전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냉엄한 ‘정글의 법칙’이 횡행하는 국제사회에서 한민족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대승적인 자세와 ‘전일적 사유’를 통해 한반도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둘째,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한은 양 체제가 공존, 공영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체제의 공존과 단계적 통합은 물리력이 아닌 평화적 과정 속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제 통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체제에 대한 이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남북한은 교류협력 및 경제협력을 강화하여 상호간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이산가족의 상봉, 문화 및 인적 교류의 확대, 경제협력을 통한 북한경제의 회생 등은 남북한이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도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제 남북 정상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질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구상’을 제시해야 한다. 넷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인식과 해법의 도출이다. 9ㆍ19 공동성명과 2ㆍ13 합의로 돌파구를 찾는 듯했던 북핵문제가 6자간 이해관계와 북미 간 불신으로 다소 경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특히 김 국방위원장은 북핵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다섯째, 남북 정상은 이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 고도의 군사력이 집중돼 있는 한반도에서 평화체제의 확립은 민족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민족에너지의 소모전적 남용을 막고 생산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대립 체제를 극복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양 정상은 ‘한반도 평화선언’과 이의 구체적인 실천방향을 도출해야 한다. 남북한 정상은 민족적이고 대승적인 자세 속에서 한반도문제를 통찰하고 회담에 임해야 한다.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편협한 정치적 노림수로 이번 정상회담이 이용돼서는 안 된다. 현재 한반도 주변상황은 유동적이나 활용 정도에 따라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국면이기도 하다. 양 정상은 ‘역사는 시대를 이끌어 가는 민족만을 기록 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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