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술혁신의 효율적 관리/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시론)

기술의 발전이 아무리 국민경제나 기업차원의 국제경쟁력을 올리는데 기여하더라도 적절한 분야의 기술이 생성 발전되거나 혁신적 변화의 체계화야말로 기술을 얻기 위해 치르는 대가를 최적화하는데 있어서 핵심적 과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술자체가 하나의 공공재, 무형의 문화체계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기술축적의 비용이나 질에 대한 고려가 불충분하다면 그 자체가 국제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과거부터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나 민간부문의 투자가 작다고 해서, 또 기술무역수지의 역조가 심하다고 해서, 그리고 첨단부품이나 자본재와 소재의 대외의존도를 탈피할 필요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기술부문 투자액만 증가하면 된다는 종류의 인식은 연구개발 행위자체가 국제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서 합리적 기반을 잃는다.그런데 기술의 발전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방향으로 전개되려면 기술의 발전이라는 현상이 갖는 특징을 먼저 이해하여야 한다. 기술의 존재공간은 세군데로 분류할 수 있다. 기계나 설비같은 하드웨어, 숙련을 통한 인간의 근육 그리고 인간의 두뇌같은 소프트웨어에 체화한다. 단순히 개인단위뿐 아니라 그들간의 네트워크 속에서 같이 작동할 때만 효력을 가질 수도 있다. (조직의 학습) 또 기술은 창조성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모방하고 실패의 반복 속에서 만들어지며 정보와 상상력의 결합체이기도 하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점진적 개선형이 있는가 하면 혁명적 수준의 혁신형도 있다. 심지어 기술혁신이라고 불리는 내용이라도 개발과 도입, 소화, 조직내 학습(파급)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한편 기술의 발전은 즉 경쟁력 향상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산업기술의 성공여부는 기술자체의 내용(technology push model)도 중요하지만 상품화에 성공하는지 여부(market pull model)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이 경우라도 제품의 개념화뿐 아니라 비용조건의 충족여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또 한편 기술자체의 내용도 그 분야에 따라 즉 원천기술이냐, 제품기술이나 기반기술이냐, 용도(통신·환경오염감시·식량·신소재생산·보건·의료·농축산·에너지 등)에 따라 그것의 생성과 육성, 체계화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도와 관행, 생산과 분배조직, 관련 생산요소의 공급상황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정도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기술의 습득이든 개발이든, 기술보유의 주체가 국가사회이든 개별기업이든, 기술혁신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기술의 존재공간, 기술변화의 특성, 기술변화의 형태, 기술과 상품과의 관계, 기술의 종류, 기술시장등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동시에 기술혁신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다음 몇 가지가 과거보단 주목을 받아야 할 것이다. 첫째는 기술의 유용성 기준이다. 비용절감도 있고 신시장개척도 있다. 또 유용성에는 기술획득의 경제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용을 감안하지 않는 외형적 성과위주의 기술개발은 대부분의 경우 외면당하는 게 당연하다. 둘째는 기술은 신뢰도와 안정성 향상, 지능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시장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기술의 시스템화는 중요해진다. 종합개발시스템이 선호된다. 한국근로자들의 장인정신 부족을 메꾸어 줄 수 있는 분야의 노하우나 기술 (예:품질경쟁력 지향)이라면 대환영일 것이다. 셋째로 기술습득은 국내외를 구별할 이유가 많지 않다. 자체개발과 기술자체의 도입, 기계설비와 함께 하는 기술도입 모두 장단기 효과를 고려하고 유뮤형의 비용을 감안하면서 개별용도에 맞추어 판단할 일이지 무조건 국내개발, 자체개발이 좋다는 식의 사고는 효율적 결과를 낳지 못한다. 기술개발도 국경이든 산업이든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Borderless화) 넷째, 기술개발과 습득은 미래의 산업, 국제적 분업, 기술의 국내외적인 분포를 감안해서 기술의 수요자 편익 중심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기술의 내용이 인력절약형, 재료절약형, 유통이나 환경관련형 등에 따라 사회에서 환영받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기술개발자체가 독립된 사업분야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다섯째, 국가에서 지원받는 국내기술 개발능력자(국책연구소·대학)가 기업차원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가장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라면 부품산업과 중소기업 육성과 관련된 사항, 벤처기업과 지역개발 사업분야일 것이다. 과감한 정부구매가 R&D 리스크를 줄인다. 여섯째 기술개발자이든 지식·정보소유자이든 그들의 중요성에 걸맞은 사회적 대우가 없는 한 이들의 기여에 의존하는 경쟁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다. 일곱째, 산업계에서 할 일도 많다. 기존기술의 업그레이드와 조직내에서의 확산, 조직간 확산이 중요하다. 기술표준화를 통해 조직간의 상호융통성도 높여야 한다. 기술이전과 사업구조조정의 연결도 필요하다. 대외적으로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지역편중성·회사편중성에는 신경을 써야 교섭력이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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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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