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2월 14일] 뿌리산업, 명품 조연배우로

우리나라는 지난달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하루 전 열린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세계 유수 최고경영자(CEO)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가슴이 벅찼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며 세계 9대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주목 받는 주인공의 탄생 뒤에는 항상 그를 떠받쳐주는 조연이 있기 마련이다. 금형·용접등 생산액 29조 달해 우리 제조업이 세계무대에서 주연으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묵묵히 열연해온 조연들 덕분이다. 제조업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최종 제품의 품질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조∙금형∙용접 등 이른바 뿌리산업이 조연에 비유될 수 있다. 국내 뿌리산업은 총 생산액 29조원, 수출 93억달러, 고용 33만명으로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조연은 주연의 화려한 빛에 가려져 관심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뿌리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무더운 여름, 불똥이 튀는 가운데 강렬한 빛과 열기를 마주해야 하는 용접공이나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소음과 톡 쏘는 화학 냄새 속에서 작업하는 도금공의 모습이 뿌리산업 조연 배우의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작업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소위 '3D 업종'으로 불리며 사양산업으로 잘못 인식돼 역할과 중요성이 낮게 평가 돼왔다는 점이다. 오늘날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시장을 누비고 유럽인들이 한국산 휴대폰을 사용하는 데 기여한 일등 공신은 뿌리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3D이미지와 잘못된 인식으로 젊은 층의 신규인력 확보가 어려워 기술혁신이 지연되고 성장률도 하락하고 있다. 또한 뿌리기업의 90% 이상이 공급망 구조의 최하단인 2∼4차 협력사로 대기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대부분이 수요대기업과의 납품관계에서 각종 이행보증과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무대 위의 주인공이 연기력을 잃고 연극을 마치기도 전에 내려와야 할지 모른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지난 5월 제57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발표했다. 우선 인력난 해소를 위해 뿌리산업 분야 마이스터고를 확대하는 등 우수 인력의 양성∙공급에도 힘쓸 예정이다. 또한 종사자의 자긍심 고취와 처우 개선을 위해 명장(名匠)을 선정하고 있다. 다음으로 뿌리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고유기술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4개 권역별 '뿌리산업 정보기술(IT) 융합지원단'을 운영해 현장 밀착형 기술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뿌리기업이 안고 있는 보증과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뿌리산업 이행보증사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와 수요기업이 공동으로 90억원 규모의 운영기금을 조성해 뿌리기업의 이행보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즉 뿌리기업의 각종 계약과 기자재 구입에 따르는 담보를 제공하는 대신 이행보증증권으로 채무이행을 보증할 수 있게 된다. 오늘은 한∙일 뿌리산업 EXPO가 성황리에 열린다. 한∙일 공동으로 뿌리산업을 홍보하고 우수 인력의 유입을 도모하기 위한 행사다. 일본은 이미 2008년에 금형∙단조 등 20개 모노쓰쿠리(物作) 기반 기술을 선정해 정부가 집중 투자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약 3,000여개의 첨단 뿌리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엑스포를 통해 이를 벤치마킹하고 향후 혁신형 뿌리산업 육성과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G20 의장국으로서 국격이 높아진 우리나라는 이제 더 많은 관객을 끌어서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그러려면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열연하고 있는 뿌리산업을 재조명하고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내야 한다. 정부는 물론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 뿌리산업을 '新 3D(Digital∙Dynamic∙Decent)산업'이라는 명품 조연 배우로 변모시키고 세계를 감동시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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