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자산운용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한 펀드 세제 혜택을 포함시킴에 따라 이번 대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업계와 펀드투자자들은 꾸준한 적립식 투자를 비롯해 신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이 향후 증시 부양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미 반토막이 난 기존 주식형 펀드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는 점과 고수익을 기대하는 펀드의 특성 등을 들어 세제 혜택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도 잡아야 하는 상황에 정부의 대책은 심리적 안정 차원에서라도 의미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투자자들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세제 혜택만으로 주가 부양이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주식시장이 안정됐을 때 상승세에 더욱 탄력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적립식 투자금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이 같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발표 후 첫 거래일인 20일 시장의 반응은 일단 냉담했다. 코스피지수가 1,200선 탈환에 성공하며 장중 부진을 딛고 바닥세를 탈출하려는 의지를 엿보였지만 펀드대책 최대 수혜주로 예상됐던 미래에셋증권이 하한가 폭탄을 맞았고 증권업(-1.05%)은 전업종 중 두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기존 가입자들의 자금을 묶어둘 수준이 아니라 자금유입 증가세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는 “떠날 자금을 다시 유인하는 정도의 효과는 있지만 환매 자체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책에 따라 기존 펀드가입자들이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새로운 펀드계약을 통해 3년 이상 불입하겠다는 확약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