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민주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이다. 그런데 오늘날 집권당의 대화와 타협은 야당을 이용하여 스스로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듯한 인상이고, 야당이 집권당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은 자칫 굴종과 야합으로 비쳐질 수 있다.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에 흠이 간다. 그래서 여·야간에 대화와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게도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협동조합의 통폐합에도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각되는 것이 미국의 헌법이다. 미국의 헌법이야말로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고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헌법으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헌법중 수정헌법 제1조 국교조항을 보자. 미국헌법 제정 당시 미국에는 많은 종파들이 있었고 거의 대부분의 주가 주의 국교를 가지고 있었는데, 가장 영향력이 큰 종교는 「성공회」였다. 만약 국교를 두었다면 성공회가 미합중국의 국교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미합중국 초대의회 지도자들은 수정헌법 제1조로서 「의회(합중국)는 종교의 국교화와 관련되거나 자유로운 종교 행사를 금하는 법률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했다. 만약 미합중국이 성공회를 국교화했다면 수많은 장로교신자·침례교신자·감리교신자 등 다른 종파들을 격분시켜 미합중국의 분열을 야기하고, 미합중국의 존속을 어렵게 할 것이라 생각하고 종교적 열정을 미국의 정치에서 배제코자 했던 것이다.
또한 국교조항은 합중국 의회만을 제한한 것이지 주 입법부까지 기속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가 국교를 두는 것은 주의 자율이었다. 그러나 이 조항의 효과로 주들도 특정 종교를 국교로 하는데 흥미를 잃고, 대부분 주들이 국교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것이 전세계에 종교의 자유를 심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국교를 두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현상이었지만 미합중국 의회 지도자들은 미합중국의 존속과 통합을 위하여 타협했던 것이다.
보다 솔직하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타협할 때 우리의 민주주의도 한단계 발전할 것이다. 국내외 사정은 바로 지금 대화와 타협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