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2월 2일] '물갈이'에 멍드는 문화계

한 곳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다른 한 곳에서는 같은 기관에 두 명의 수장이 출근했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는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운영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영화계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명의 위원장이 출근해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영진위의 논란은 지난달 27일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이사장 최공재)를, 영상미디어센터의 운영자로 (사)시민영상문화기구를 선정하면서 불거졌다. 각각의 시설은 그동안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가 영진위의 위탁을 받아 '인디스페이스'와 '미디액트'라는 이름으로 운영해온 것이었는데 지난해 영진위가 사업을 지정운영제에서 공모제로 전환하면서 한독협이 사업 운영자 선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새로 선정된 사업자들은 모두 단체를 결성한 지 한달 남짓밖에 되지 않은 신생 단체들이었다. 한독협은 영진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이는 문화계 물갈이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선정된 단체들을 이끄는 인사들이 대표적인 보수 인사들이라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진위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자 선정은 공정한 심사를 거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액트의 탈락 이유는 한독협이 감사원으로부터 위원회 보조금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환수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공모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영재 한독협 사무총장은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았는데 거론하는 것은 명예훼손감"이라고 소리쳤고 이어 조희문 위원장은 "한독협의 감사결과는 사업자 선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일관성 없는 입장을 보였다. 같은 날 문화관광체육부의 또 다른 산하기관인 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한 지붕 두 수장'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2008년 문예진흥기금 운용 손실 등의 책임을 물어 문화부가 해임한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법원의 해임 효력정지 처분을 받아 출근한 것이다. 오광수 현 위원장 역시 정상 출근했기에 한 위원회에 두 위원장이 출근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문화계에서는 문화관광부의 '무리한 물갈이'에 따른 혼란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있다. '이 같은 무리수가 문화계 전체를 멍들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너나 없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