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18일] 증권사 예측은 항상 틀렸는가

연말을 맞아 예년처럼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내년 증시 전망을 발표했다. 관심은 영 시들하다. 지난해 이맘때로 시간을 되돌릴 것도 없이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2000선 회복’ 구호를 합창한 것을 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들도, 기자들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신드롬이나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의 과도한 영향력 배경에는 국내 증권사리서치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점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로 잠깐 시계를 돌려보자. 증권사들이 항상 과도한 장밋빛 예측만을 내놓았는지 살펴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각 증권사별로 전망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다수설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증권사들은 일반적으로 하락장에 약하고 강세장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00년. 당시 종합주가지수가 1,000에서 500으로 반토막났으나 증권사들은 1000돌파를 넘어 1,300~1,600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전망이 크게 빗겨가지는 않았다. 물론 증권사별로 전망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2001년에 제시된 400~700선에서 실제로 주가가 움직였으며 2006년 조정장세도 대다수가 전망했었다. 특히 초강세장이었던 2007년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이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데 반해 외국계 증권사들은 우울한 전망을 내놓으며 국내 증권사들이 승리했다. 이번 주식시장 전망의 특징은 압도적인 상반기 저점, 하반기 고점의 ‘다수설’과 극히 일부 ‘소수설(상고하저)’로 갈린다는 점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증권사들의 전망에 관심을 가져보지만 의견이 너무나 일치하다 보니 지난해 말 저질렀던 사고의 쏠림현상이 올해도 반복될 것인지, 과거의 영광스러운 순간이 재현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시간의 질로 보면 사실 1ㆍ4분기만 해도 너무나 먼 미래다. 내년 주식시장에 대한 숫자를 예측하는 것은 어쩌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투자자들 역시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가정과 전제를 살피는 게 중요하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코스피지수 500을 이야기했지만 500이라는 숫자에 현혹될 필요는 없듯이 말이다. 증권사가 내놓는 지수 전망은 경기회복시점을 언제로 보는지, 어느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고려한 것인지, 그리고 주식시장의 위험을 무엇으로 보고 그 위험이 어떤 논리로 언제 사라질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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