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박테리아 교신 차단해 인체 감염 막는다

'아실 호모세린 락톤' 분비해 서로 대화, 차단하면 인체 감염 방지할 수 있어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박테리아는 단지 세포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이들도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서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박테리아는 이 같은 대화를 통해 무리를 형성하고, 힘이 강해졌을 때 인체에 질병을 야기한다. 따라서 박테리아 사이의 교신을 차단하면 인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현재 박테리아 교신을 차단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과학자가 바로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의 헬렌 블랙웰 박사다. 블랙웰은 이 연구를 통해 박테리아로 인한 인체 감염을 막으려고 한다. 유해 박테리아나 세균이 인체를 감염시킬 때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박테리아의 대화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그 교신을 차단시킬 수만 있다면 인간이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 블랙웰의 생각이다. 블랙웰에 따르면 감염을 유발하는 병원균들은 각 개체별로 보면 매우 게으른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이 일정한 무리를 이루게 되면 교신이 시작되면서 일사분란하게 인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아군의 숫자가 적을 때는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인체의 저항성 반응을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목적(질병 유발)을 달성시킬 수 있을 때 본색을 드러내는 것. 이러한 단체 행동을 ‘정족수 인식(quorum sensing)’이라고 하는데, 박테리아는 ‘아실 호모세린 락톤(acyl homoserine lactone)’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 서로 대화하며 전체 개체 수를 파악한다. 최근에는 이 정족수 인식 기능이 박테리아의 집단행동 조정은 물론 인간의 면역체계나 항생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생체막(biofilm)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블랙웰은 “연구결과 정확히 75종의 박테리아가 이 같은 과정을 수행한다”며 “이 화학적 대화 채널을 차단하면 박테리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고 항생제에 대한 박테리아의 내성도 억제 가능하다”고 밝혔다. 블랙웰은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최근 아실 호모세린 락톤을 억제하는 화합물의 개발에 성공한 상태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장 중인 박테리아에 이 물질을 투여하자 박테리아 사이의 교신이 억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이 화학물질은 주사제나 알약이 아닌 크림 연고나 이식기기용 코팅제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기존 항생물질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블랙웰은 “궁극적으로 유산균처럼 인체에 유익한 박테리아는 공격하지 않고 특정 유해 박테리아만을 표적으로 삼는 대화 차단 물질을 개발해 낼 계획”이라며 “연구가 성공할 경우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을 방지하고 박테리아의 내성을 억제하는데 획기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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