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경제 '퀀텀 점프' 전략 세워라

"불황때 투자확대등 역량 키워야 진짜 승부 승리"


전대미문의 전세계 동반 경기침체를 맞아 ㈜대한민국의 대표주자들이 좌표를 찾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삼성, 현대ㆍ기아차, LG, SK 등 4대그룹조차도 주변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다 보니 투자ㆍ매출 등의 경영계획을 일률적으로 설정하지 못한 채 변화의 추이를 살피며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년 한국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2%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마저도 세계 경제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더 내려갈 수 있다. 산업연구원도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내년 수출이 글로벌 경기위축의 영향을 받아 4.4%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특히 자동차ㆍ반도체ㆍ가전ㆍ철강 등 국내 주축산업의 수출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업들로서는 위기를 넘기는 것이 최대 목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에서 살아남는 ‘수비경영’만으로는 부족하다. 불황 이후 찾아올 기회를 대비하는 ‘빅 픽처(Big Picture)’를 갖고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세계 산업질서의 재편을 주도하고 새로운 비약적인 발전(퀀텀 점프ㆍQuantum Jump)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재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현재 한국기업이 처한 상황이 글로벌 경쟁사에 결코 불리하지 않고 과거 몇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 역량이 크게 개선된 만큼 다양한 전략옵션을 가지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말했다. 최근 포스코가 최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내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6조원의 국내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나 과거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던 일본 기업들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홍덕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호황기에는 실력이 별로 없는 기업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최악의 침체를 맞아 산업단위별로 극심한 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긴 시각에서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결국 시장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기존의 핵심사업영역에 대한 강화와 더불어 새롭게 태동하는 변화에도 민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탁 세계경제연구원 원장은 “지금은 불이 난 상황이지만 결국은 정리가 될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세계경제의 급변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ㆍ기업 모두 변화의 흐름을 읽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새로운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그린에너지 관련 산업에 1,5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 1990년대 IT붐처럼 새로운 산업구조 변동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퀀텀 점프(Quantum Jump)=물리학 용어로 원자에 에너지를 가하면 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낮은 궤도에서 높은 궤도로 점프하면서 불연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ㆍ경영학에서도 이 개념이 적용된다. 즉 기업들이 사업구조나 사업방식의 혁신을 통해 계단을 뛰어오르듯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경우를 일컫는다. 기업 단위를 넘어서 산업ㆍ국가경제에서도 퀀텀 점프가 일어난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한국의 정보기술(IT)산업도 퀀텀 점프의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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