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4년 만에 다시 삼성그룹과 현대차 그룹의 ‘쌍두체제’로 재편됐다.
삼성과 현대는 지난 2000년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으로 핵분열 하기 전까지 반세기 가까이 재계 1ㆍ2위 자리를 주고 받으며 한국경제를 이끌어 왔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은 LG그룹에서 LG정유, LG유통 등이 GS그룹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자산규모가 52조원 대로 삼성에 이어 재계 2위로 뛰어오르게 됐다. 현대가 LG에 2위 자리를 내준 지 4년2개월 만이다.
더욱이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이 한보철강(자산 1조6,000억원) 인수자로 사실상 확정돼 현대차 그룹은 LG나 4위 SK와의 간격을 더욱 넓히며, 동시에 삼성과의 격차는 줄여나갈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재계 지도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그룹과 현대ㆍ기아차를 앞세운 현대차그룹이 우리 경제의 주력인 전자, 자동차를 각각 선도하며 하위 그룹들이 이를 뒤따르는 모양새로 그려지게 됐다.
재계는 삼성의 독주가 끝나고 현대차가 선두그룹을 함께 이루어 가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고용규모가 10만명이 넘는 현대차 그룹이 노사문제에선 삼성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협조가 필수적이다.
또 삼성이 정부와 곳곳에서 대립각을 세우면서 생긴 재계의 리더쉽 공백을 현대차 그룹이 메우면서 과거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고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처럼 정몽구(66) 현대차 회장과 이건희(62) 삼성 회장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재계의 굳건한 리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이 독주하기 보다는 좋은 경쟁자(현대차)가 있는 것이 양 기업과 재계 전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평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