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에버랜드식 임기응변

`사실확인이 되기전에는 부인한다` 기업들의 홍보를 맡은 사람들은 자사가 추진하는 특정사업과 관련, 기사가 나올 때 가장 손쉽고 분명한 이 같은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기업들은 부인전략에 따라 언론에 설명하고 때로는 엄포성 발언도 하곤 한다. 지난해 3월 5일 서울경제신문 초판에 실렸던 단독기사 한 꼭지가 시내판에서 사라졌다. 기사의 제목은 `삼성에버랜드 아웃렛사업 진출`. 삼성에버랜드가 미국 최대의 아웃렛 전문업체 첼시프로퍼티 그룹과 제휴, 용인에 명품 아웃렛몰을 오픈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가 실린 초판 신문이 나간후 에버랜드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 “첼시와는 이미 계약을 파기했다”며“따라서 기사는 오보이니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만에 하나` 오보로 입을 기업의 피해를 우려, 기사를 삭제했다. 하지만 기자는 최근 기업체 관계자를 통해 “ 첼시와 에버랜드의 아웃렛 계약이 파기되지 않은 것같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에버랜드가 1년전 주장했던 첼시와의 계약파기는 거짓이었던 셈이다. 기자가 사실여부를 에버랜드에 확인하자 관계자는 “그 당시 계약은 분명 파기된 상태였다”며“지금 관련 서류를 가지고 있으니 의심스러우면 용인으로 와서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기자가 “용인까지 못가겠으니 계약파기에 관한 서류 사본을 퀵서비스나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연락을 하겠다던 그는 기사 마감시간이 지나서야 전화를 걸어 “당시 첼시와 계약파기 서류는 주고받지 않았고, 메일로 대신해 증빙서류가 남아있지 않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굴지의 대기업이 외국업체와 계약을 파기하면서 메일 한 통으로 일을 끝냈다는 얘기를 과연 어느 누가 믿겠는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는 에버랜드가 진실을 호도하면서, 한 매체의 보도내용을 바꾸려 들었던 것이다. 어쩌면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나 되는 기업이 외국산 명품 유통사업에 뛰어든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버랜드는 어설픈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잉태하고, 언젠가는 만천하에 진실이 드러난다는 평범한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우현석 <생활산업부> hnskwoo@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