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문화산책] 대학 인기 서열

김진동 언론인

[토요문화산책] 대학 인기 서열 김진동 언론인 김진동 우리나라만큼 교육열이 뜨거운 나라도 드물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달아오르는 과외열풍이 그걸 증명한다. 지난 70년대만 해도 대학이 ‘우골탑’에 비유됐던 것이나 요즘 ‘기러기 아빠’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로도 한국인의 교육열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향학열이 빨리 식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한국 대학들은 교육을 거의 방치한 것 같다. 학생들이 1년 내내 놀며 지내거나 거의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평을 흔히 듣게 된다”는 일류대학 총장의 충격적인 지적에서 대학입시 이후 급랭하는 향학열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대학을 나온 사원이라 해도 많은 투자를 해서 재교육을 시켜야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재계의 불평도 같은 맥이다. 수능시험에 인생을 걸다시피 하지만 입시만 끝나면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이 우리 대학교육의 현주소다. 대학 선택의 기준은 오직 세칭 일류대학뿐이다. 학생의 자질이나 개성은 한참 뒤의 고려 대상이다. 목표와 방향ㆍ취향도 무시된 채 들어간 대학에서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대학도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대학은 그 대학이 그 대학이다. 입시경쟁이 치열한 대학과 덜 치열한 대학이 있을 뿐 특성이나 개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향평준화정책 아래에서는 일류니 이류니 하는 서열도 공허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 발표한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대학’은 한국 대학과 대학생들의 눈이 번쩍 뜨이게 할 만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공부 벌레들에게는 미국 의회보다 더 좋은 도서관을 자랑하는 하버드대학이 인기 1순위다. 정치가 지망생들은 조지워싱턴대, 취직이 걱정되면 카네기멜론대, 장학금을 타고 싶은 학생은 버레아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도시생활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뉴욕대를, 도시생활을 싫어하는 학생은 코넬대를,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은 버지니아대, 서핑과 수상스키 마니아는 캘리포니아대를 좋아한다고 한다. 다양성과 개성의 나라답게 다양하고 재미가 넘친다. 그 재미 뒤에는 흘려버리기 아까운 의미가 묻어난다. 우리 대학도 천편일률에서 벗어나 개성과 특징으로 포장된 인기 학과, 인기 대학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 2004-08-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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