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40만표의 함수관계/임종건 부국장겸 사회부장(데스크 칼럼)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당선자의 당선을 도운 1등공신으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이인제 후보를 꼽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이중 이인제 후보는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경쟁관계였으므로 「공신」이란 가당치 않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이인제 후보는 특히 영남지역에서 선전, 이회창 후보가 얻을 수 있는 표를 많이 잠식해 결과적으로 김후보의 당선을 도운 셈이었다. 따라서 명실공한 공신은 DJT(김대중·김종필·박태준)의 중간 연결고리인 김종필 명예총재라 함이 옳을 것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변은 충청권 표심의 향방이었다. 이를 두고 「충청도가 일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이 지역의 투표성향에 비출 때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역대선거에서 충청권은 여권의 강세지역이었다. 김종필씨가 여권의 일원이었던 3공시절에서부터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에도 그런 성향은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김종필씨가 곤경에 처하면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재기를 도왔던 지역이기도 했다. 김대중 후보는 역대 선거중 충청권에서 결코 1등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전 충남은 물론 충북에서까지 1등을 했다. 김당선자가 이곳에서 이후보보다 더 얻은 40만표가 이번 선거의 당락을 갈랐다.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의 위력으로 설명할 수 있겠으나 그 이상의 의미도 감지된다. 영남권에서 이회창후보는 4백21만여표, 김대중 후보는 95만9천여표를 얻어 이후보가 3백25만여표를 더 차지했다. 반면 광주 전남·북에서 김대중 후보는 3백6만여표를, 이후보는 10만여표를 얻어 김후보가 2백85만여표를 앞섰다. 이후보의 영남표에서 김후보의 호남표를 빼면 약 40만표이다. 이후보는 영남지역에서 표를 벌어 수도권의 열세를 만회해야 할 입장이었는데 이 40만표는 바로 그 용도였던 셈이다. 실제로 이후보는 김후보에게 서울에서 23만표, 경기에서 17만표등 정확히 수도권에서 40만표를 졌다. 수도권은 야도의 성향을 띠게 마련이고 나라 경제가 거덜난 상황에서 직전까지만 해도 집권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이기기에는 상황적인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경기도는 이인제 후보가 지사를 지내며 터를 닦아온 지역이라 어려운 싸움이 예상됐다. 이회창 후보가 수도권에서 김후보에게 40만표 뒤진 것은 여러 상황으로 볼때 매우 선전한 결과였다. 표차가 거기에서 그쳤으면 승부는 매우 팽팽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보는 충청권에서 김후보에게 40만표를 졌다. 과거 투표성향만 믿고 충청권에서 이기거나 최소 백중세를 보일 것을 기대했던 한나라당의 기대가 여지없이 깨졌다. 그것은 복병이었던 셈이다. 그는 연고지인 충남 예산을 오가며 충청권 연고를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예산군 한곳에서만 1등을 했고 충남 전체에서 3위를 하는 수모를 당했다. 충남 논산이 고향인 이인제 후보 역시 충청권을 연고로 내세워 선전을 해 2위는 차지했으나 고향인 논산에서조차 김대중후보에게 뒤져 수모를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함축하는 메시지는 자못 의미심장하다. 어설픈 지역주의는 집어치우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김종필 총재의 연고권을 인정했지 두 이씨의 연고를 부인한 꼴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이 지역에서의 연고자는 김종필 한사람으로도 지겹다는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세월좋을 때 연고를 말하지 않던 사람들이 아쉽다고 연고를 급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 이회창 후보는 승부처를 대구 경북으로 잡았고, 이인제 후보는 부산 경남과 그가 지사를 지낸 경기도에 두고 있었다. 충청도 표심은 그것을 간파했고 그들의 연고권 주장에 냉소로 반응한 셈이다. 지역연고는 김대중 당선자의 호남연고 정도로 확고하지 않으면 어설프게 흉내내서는 안된다. 그가 95%대의 지지를 얻는 것은 40여년에 걸친 그의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주민과 함께 했다는 「특수사정」에 기인한 것이다. 다음번에 누가 호남에서 대선후보로 나온다한들 그런 지지를 받을수 없을 것이고 그래야 정상이다. 그런 지지는 김당선자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DJP연합은 연립정부라는 정치실험으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지역주의의 고리를 하나 푸는 실험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연립정부의 장래가 좋은 결실을 맺는다면 지역감정 해소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고, 파탄으로 끝나면 영호남의 갈등에 호남·충청간 갈등의 고리를 더하는 결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공신논의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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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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